[뉴스해설] 전과 21범이 인솔하다니

입력 2012.08.03 (07:09)

수정 2012.08.03 (07:34)

[김석호 해설위원]

요즘 전국에서 청소년 캠프와 국토 대장정이 한창입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초중고 학생들이 호연지기와 독립심을 키우는 등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지난달 하순 국토 대장정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주최 측으로부터 폭언과 폭행,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국토대장정 참가 학생 50여 명을 모집한 주최 측의 탐험대 총대장은 참가 학생에게 폭력을 휘둘러 다치게 하고, 성추행한 혐의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국토대장정 참가자들이 행선지인 울릉도에서 탐험을 마치고, 뭍으로 나오면서 여객선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이 탐험대의 책임자는 과거에도 가혹행위로 물의를 빚는 등 전과 21범인 것으로 드러나 우리 사회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더구나 탐험대 총대장, 대장정협회 총재 등 여러 가지 직책을 만들고, 이들 단체의 이름으로 수년간 국토순례 참가자를 모집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명인사들과 친분을 쌓은 것처럼 포장하거나, 매스컴을 이용하는 등 교묘하게 눈가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토순례가 아니라 악몽이었다"는 한 참가 여학생의 절규는 국토 대장정의 이면에 숨겨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가학생과 학부모들은 국토순례와 캠프 등 각종 극기체험 프로그램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참가자에게 특목고나 대학 진학 등 입학사정관 제도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수료 인증서와 자원봉사 인증서 등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이렇게 청소년 국토순례나 캠프에 관심이 많은 데도, 이를 지도, 감독하는 기관은 없습니다.

모두 소관업무가 아니라며 손을 놓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참가자를 모집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겁니다. ‘사후약방문’이 아닌,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최근에 부쩍 증가하고 있는 성 범죄에 아동과 여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정부기관이 적극 나서야 할 땝니다. 행사 단체의 책임자와 인솔자의 성범죄 전력뿐만 아니라 문제점을 철저히 점검하고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중앙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캠프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한 법과 제도 정비를 늦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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