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참패에 64년전 주역들 ‘실망’

입력 2012.08.12 (23:00)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마라톤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64년 만에 런던 땅을 찾은 1948년 올림픽의 주역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할 남자 마라톤이 열린 12일(현지시간) 낮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 도로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와 자리를 잡았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 마라톤 대표로 나섰던 최윤칠(84), 함기용(82)옹이 64년 만에 역사적인 현장을 찾은 것이다.



비록 마라톤 코스는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지만 두 원로는 귀빈석에 자리를 잡고 감회에 젖은 듯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지켜봤다.



함기용 옹은 "64년 만에 찾아와 보니 런던도 훨씬 번창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함기용, 최윤칠 옹은 한국 선수가 귀빈석 앞을 지나갈 때마다 작은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이들의 응원은 곧 깊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한국 대표로 나선 세 명의 선수 중 가장 앞서 달린 이두행(31·고양시청)조차 2시간17분19초의 저조한 기록으로 32등에 그쳤기 때문이다.



64년 전 ’팀 코리아’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나섰던 역사적인 현장에서 후배들이 참패하는 장면을 지켜본 두 선배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나머지 선수들의 레이스를 끝까지 지켜보지도 않은 채 서둘러 경기장을 떠났다.



열띤 응원을 뒤로 한 채 빠져나가는 함기용 옹의 촉촉이 젖은 눈가에는 회한이 가득했다.



함 옹은 "정말 실망스럽다"면서 "64년 전 올림픽에 나섰던 이들 중에서 나와 최윤칠 두 명만이 왔는데, 다른 종목 사람들을 볼 낯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무리 아프리카 선수들이 잘한다고는 하지만 한국 마라톤은 전통이 있는 종목이 아니냐"며 "순위도 안타깝지만 저조한 기록이 더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 옹은 마지막으로 "지도자들이 더 자성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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