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철아 잘했어” 어머니의 눈물

입력 2012.08.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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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철이 잘했어. 엄마는 네가 자랑스러워. 돌아오면 맛있는 것 많이 해줄게."

런던 올림픽 남자 복식 라이트급(60㎏) 결승전이 열린 12일 저녁 자신이 일하는 속초시내 한 식당에서 주민들과 함께 아들의 경기를 지켜본 한순철 선수의 어머니 이상녀(50)씨는 아들의 판정패로 경기가 끝나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열심히 싸워준 순철이가 자랑스럽다"며 "아들의 도전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고마워했다.

한 선수의 경기가 열린 이날 이씨가 일하는 식당에는 평소 알고 지내는 주민들을 비롯해 한 선수의 출신학교인 설악중학교와 속초고 복싱부 후배 등 30여명이 모여 목이 터져라. '한순철'을 외쳤다.

"아들이 맞는 것이 보기가 싫어 지금까지 경기를 본 적이 없다"는 이씨는 이날 만큼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은 채 경기를 지켜봤다.

아들이 상대편을 몰아붙일 때는 주민들과 함께 손뼉을 치며 환호했으나 아들이 수세에 몰릴 때는 차마 그 장면을 볼 수 없어 눈을 감았다.

함께 응원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한 선수가 빠른 상대방 선수를 따라잡지 못하는 안타까운 순간들이 많아지고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 실패하자 아쉬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시종일관 TV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주민들은 경기가 끝나자 힘찬 박수로 한 선수의 은메달 획득을 축하했다.

한순철 선수가 중학교 3학년일 때 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 아들 뒷바라지를 해온 이 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순철이가 하도 복싱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하는 수 없이 허락했는데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둬 대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아무리 운동이라도 자식이 남한테 맞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때문에 지금도 아들이 복싱선수인 것이 싫다"고 말했다.

이씨는 "처자식 챙기기에도 빠듯할 텐데 매달 용돈에 생활비까지 보내주는 효자"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주민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본 한 선수의 중ㆍ고등학교 때의 감독 염평림(50)씨는 "순철이는 주변에 내가 있든 없든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했던 제자"라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실패를 거울삼아 분명히 다음 경기에는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는 "순철이가 왼손을 다쳐 지난 4월까지 깁스를 하고 다녔던 것이 패인의 하나가 된 것 같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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