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기층 불안정, 국지성 호우 비상

입력 2012.08.17 (22:03)

수정 2012.08.18 (07:36)

<앵커 멘트>



올해 여름 날씨, 정말 변덕스러웠습니다.



지난 6월까지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져 서울은 100여 년 만에 가장 건조했는데, 가뭄이 끝나자마자 장마가 시작되고 태풍까지 북상해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지난달 하순부터는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고, 폭염이 물러가자 국지성 폭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분간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이어진다는데, 먼저 이기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폭염의 기세가 꺾이자마자 내리기 시작한 비,



지난 12일과 13일은 서해안지역에서, 14일부터는 중부지방에서 폭우로 돌변했습니다.



12일부터 어제까지 비는 우리나라 서쪽에 집중됐고, 특히 군산과 태안은 500mm 안팎으로 불과 닷새 만에 1년 강우량의 40%나 쏟아졌습니다.



최근의 비는 좁은 지역에 순식간에 퍼붓는 전형적인 국지성 폭우입니다.



12일과 13일 군산엔 무려 444mm가 내렸지만 23km 떨어진 서천엔 71mm, 대천항엔 10분의 1도 안되는 비가 왔을 뿐입니다.



<인터뷰> 김성묵(기상청 예보관) : "최근 기층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어 내일은 전국 대부분지방에, 모레는 중부지방에 강한 소나기가 예상된다."



폭염 뒤에 쏟아지는 국지성 폭우는 최근 빈발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도 비슷한 시기에 호남지방에 400mm 안팎의 폭우로 8백여억 원의 피해가 났습니다.



기상청은 다음달 상순까지 기층이 계속 불안정해 국지적인 폭우가 이어지고, 대형 태풍이 북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멘트>



한여름 폭염이 물러난 뒤 이어지는 국지성 폭우를 2차 장마 또는 가을장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신방실 기자가 분석합니다.



<리포트>



지난주부터 동아시아지역의 대기 흐름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북태평양에서 불어온 고온다습한 바람이 한반도로 곧장 올라오고 있는 겁니다.



한반도를 뒤덮었던 북태평양고기압이 남쪽으로 물러나며 북쪽의 찬 공기와 사이에서 수증기가 지나는 거대한 통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통로로 수증기가 유입되며 강한 비구름이 만들어져 국지성 호우가 이어지고 있는데, 지금부터 쏟아지는 비는 장맛비보다 더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하루 150mm 이상의 집중호우는 8월과 9월에 평균 4.4일로 장마기간인 6,7월보다 많았습니다.



특히 전국 기상관측소의 역대 최다 강우량 기록도 8월에 세워진 경우가 전체의 45%를 차지해 가장 많았습니다.



그만큼 지금 이 시기에 내리는 비가 1년 중 가장 강하게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또 최근의 국지성 호우의 특성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더 자주 쏟아지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김민경 기상전문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도심 대로에 계곡물처럼 거센 물살이 쏟아집니다.



도시 기능은 온 종일 마비됩니다.



부산은 최근 5년 동안 여름철마다 침수와 산사태가 반복됐습니다.



과거 드물었던 대도시의 호우피해는 이제 연례행사가 되고 있습니다.



대도시 강우량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0년 전국 평균 강우량이 210mm가 느는 동안 부산은 310, 서울은 390mm 넘게 증가했습니다.



인구가 많을수록 강우량이 더 늘어나는 추셉니다.



여름철 대도시의 비는 순식간에 폭우로 돌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인터뷰> 국종성(박사) : "도시의 열섬 효과와 미세먼지가 더 강한 비구름을 만들어내서 특히 여름철 도시지역에서 집중호우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체의 10% 수준이던 대도시의 인명 피해 비율이 2000년대 후반 들어선 20%를 웃돌고 있습니다.



특히 대도시일수록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빨라지고 있어 도시형 집중호우 피해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앵커 멘트>



지난 주말 군산지역엔 불과 반나절 만에 400mm가 넘는 비가 퍼부었습니다.



이 정도의 비가 서울에 쏟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김학재 기자가 도시의 방재 대책을 짚어봅니다.



<리포트>



150mm가 넘는 폭우에 또다시 침수된 서울 강남역 일대. 군산에 내린 비의 절반도 안되지만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서울시가 15시간 동안 최고 560mm의 비가 내린 상황을 가정했더니 한강변 상당수 지역이 침수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도 속출해 최대 450명 사망, 860명 실종에 이재민만 80만 세대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인터뷰> 조원철(연세대 교수) : "모든 기상 현상이 극한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주 추워지든지, 아주 더워지든지, 비가 오면 왕창 오든지 아니면 아예 안오든지...극한 현상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자체들도 대책 마련에 나서 서울시의 경우 상습 침수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빗물 저류조를 대폭 늘리고 있습니다.



빗물 펌프장도 2배 가까이 추가로 건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과 시간입니다.



사정이 낫다는 서울시조차 예산 부족으로 정비 대상 하수관 3천7백km 중, 10%가 조금 넘는 4백여 km만 정비했을 뿐입니다.



게다가 방재 기준도 30년 빈도의 호우를 막도록 설정돼 있어서 최근의 기후변화에 대처하기에는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김학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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