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우리 현대사와 삶을 나란히 해 온 베이비부머, 총 712만 명,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이 거대한 집단의 은퇴가 본격화됐지만 이들을 받아주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이들의 눈물 겨운 재취업 전쟁을 이윤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새벽 한 시.
대리 운전 기사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59년생 김호진 씨는 4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 대리 기사가 됐습니다.
<인터뷰> 김호진(대리운전기사) : "나이 먹은 세대는 받아주지를 않더라구요.할 수 있는 게 운전대를 잡는 거밖에 없어서."
하지만 50대에 대리기사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 동료 기사 : "지리도 어둡고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해야하니까 힘들어요 아주."
넉 달 전 대기업 전자회사에서 명예 퇴직한 53살 정호정 씨,
30년 만에 다시 이력서를 씁니다.
<녹취> 상담사 : "연봉은 이렇게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마시고 추후 협의 가능 정도로..."
<녹취> 정호진(59년생) : " 면접 본 회사만 100여 곳 전화기를 붙들고 삽니다. (구인 문자)"
기대를 안고 찾아가 보지만, 서로의 기대치가 다릅니다.
<녹취> "생산관리나 공장 관리 이런 관리자를 채용하는 줄 알았는데 영업 실적을 내야 한다네요."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는 이 곳 노량진 학원가 일대 풍경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나이 제한이 사라진 공무원 시험부터 자격증 학원까지 중장년층 수강생들이 몰려듭니다.
<인터뷰> "몸도 마음도 너무 멀쩡한데 일을 안한다는게..그게 제일 힘든거거든요."
<인터뷰> 김대중(노사발전재단 교육상담팀장) : "은퇴 후의 삶을 또는 경제적 활동을 하실 수 있을지에 대한 교육과 기본적인 컨설팅이 필요한 시기이지 않을까.."
베이비부머의 재취업률은 35% 정도, 현대사의 주역이던 이들이 제2의 구직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