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강남스타일’의 사회학

입력 2012.09.04 (23:45)

<앵커 멘트>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 스타일'은 평소 대중이 강남에 대해 갖고 있는 허위의식을 풍자해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과연 우리 시대 '강남'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노태영 기자, 대중문화에 강남이 등장하는 것은 이번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동안 등장한 강남의 모습, 주로 어떤 이미지였나요?

<답변>

네, 한적한 농촌에서 아파트 촌으로, 다시 현재의 모습까지 그동안 강남은 다양하게 변해왔는데요.

대중문화 역시 변신하는 강남의 모습을 반영하면서 이 시대 사회상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1982년 발표된 노래 아파트에서는 강남은 고독한 도시의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이어 1993년 나온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에서는 강남은 오렌지족과 야타족으로 상징되는 욕망의 용광로로 묘사됐습니다.

건축학개론 속 강남은 상류층만의 특권 지역이었고 동시에 진입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선망과 질시의 대상이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강남은 다양한 이미지가 혼재됩니다.

대치동 학원가로 상징되는 교육 특구가 되기도 하고, 때론 룸살롱과 호스트바로 상징되는 환락과 욕망의 공간으로 자리잡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엄청난 부가 집중돼 '강남공화국'이라 불렸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극과 극을 담고 있는 강남은 최근엔 웃음과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요.

결국, 대중문화 속 강남은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평갑니다.

<인터뷰> 이수형(문학평론가) : "거부감이나 낯섦이 많이 희석되고, 삶의 방식으로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나..."

<질문>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강남과 강북의 격차는 여전히 심각해 사회적인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데요.

어느 정도인가요?

<답변>

네, 통상 강남이라고 말하는 곳은 강남,서초, 송파 3구를 말하는 건데요.

바로 우리나라의 부가 집중된 곳입니다.

실제로 강남 3구 증권사 지점에 예치된 각종 자산의 규모는 서울시 전체 자산 240조의 40%인 95조 원에 이릅니다.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강남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강북의 두 배를 넘습니다.

명문대 입학률도 강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요.

20조에 이르는 사교육 시장의 60% 이상이 강남에 집중돼 있습니다.

의료 혜택이나 복지 시설도 강남에 집중돼 있는데요.

이 때문인지 강남의 10만 명당 사망률은 강북과 비교해 최대 134명 차이가 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강남엔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룸싸롱 같은 고급 유흥업소 5백여 곳이 밀집해 있는가 하면 불법 성매매의 온상으로도 지목이 되고 있습니다.

또 살인과 강도, 성폭행 같은 5대 범죄 발생 건수도 서울에서 강남구가 가장 많았습니다.

<질문>

강북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고 복지 혜택을 늘리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답변>

강남과 강북, 사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될 만큼 거리는 가까운데요.

주민들의 마음의 거리는 결코 가깝지만은 않았습니다.

실제 취재진이 만난 강북 지역 한 주민의 경험을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서울 강북지역 주민 : "몇이서 강남으로 밥 먹으러 갔어요. 우리를 흉을 봤나 봐요, 옷 입은 거 보고. 그 사람들이, '강북사람이야, 옷 입은 거 보니까' 그러더래요."

이런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서 강남에 있던 서울의료원이 지난해 강북 중랑구로 위치를 옮겨 문을 열었습니다.

열악한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공동육아와 문화 시설로 삶의 질을 높이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의료 시설 이전 확충과 마을 공동체 사업, 지방세 재배분 등 대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양극화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터뷰> 김낙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근로자의 경우 비정규직이 늘었고 영세 서비스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소득이 계속 정체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뒤부터입니다."

결국 부의 집중이 방치되면 사회 갈등 심화 등 부작용도 갈수록 커질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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