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요즘 개그콘서트 최고 유행어가 있죠,
'돈 벌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먹겠재'
이게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라서 더 맛이 사는 것 같아요.
네,사실 사투리만이 주는 말의 맛이 있잖아요.
이제는 영화,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사투리가 사랑받더라고요.
오늘 화제포착 카메라가 구수한 우리말을 찾아 사투리 여행에 나섰습니다.
조빛나 기자, 어디 사투리부터 들어볼까요?
<기자 멘트>
어디 사투리가 제일 정감 있던 가요?
오늘 팔도사투리 다 모아봤으니까 한번 들어보세요.
최근에 가장 인기 있는 유행어는 거의 사투리일 정도로 사투리 전성시대인데요.
홈쇼핑에서도 사투리로 지역 특산물을 소개하면 판매율이 높아진다죠.
사투리를 지키기 위해 지역별 사투리 사전까지 앞다퉈 출간되고 있습니다.
서울 정독도서관만해도 서가 두 칸이 각종 사투리 책들로 가득할 정돈데요.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사투리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리포트>
<녹취> 양상국(개그맨) : "오해하지 마라. 마음만은 턱별시다."
촌스럽다고 사투리를 감추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녹취> 김원효(개그맨) : "좋지 안타. 직이네!"
<녹취>양상국(개그맨) : "도대체 와이카노"
요줌 정안의 화제 프로그램에는 어김없이 사투리가 등장하네요.
그런데 25년 전에도 사투리는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왔습니.
문희옥씨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데뷔음반, 팔도사투리메들리가 주인공인데요.
표준어가 아니라 방송출연을 할 수 없었지만 발매 1주일 만에 360만 장이 팔렸다고요.
<인터뷰> 문희옥(가수) : "노래는 제가 처음 사투리로 불렀어요. 정말 획기적이어서 음반 판매량이 높은 기록을 냈거든요. 제일 어려운 사투리가 저는 전라도 사투리예요. 제일 빨리 와 닿는 게 경상도 사투리고요. 어려우면서도 구사가 안 되는 게 충청도 사투리예요. 그리고 투박하면서도 순박한 게 강원도 사투리고요. 어른들이 감정이입이 되셨는지 '너랑 나랑 얌생이 키우던 언덕', '어째 그라요 어째 그라요 시방 나를 울려놓고' 이런 노랫말이 정서적으로 참 좋았나 봐요. 아주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그 사투리 열풍이 최근 다시 시작된 거죠.
충남 예산에서는 사투리 보존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는데요.
<녹취> 예산군 주민 : "안녕하세요."
우선 사투리의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충남 예산의 한 마을을 찾았습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정겨운 입담을 나누고들 계셨는데요.
<녹취> 예산군 주민: "복지관에 가서 엄탱 놀았슈. 선생님들허구."
<녹취> 예산군 주민 : "잘 먹구 여기 와서 놀아유. 재밌슈 아주. 진짜로 재밌슈."
이렇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사투리를 보존하기 위해 사전이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뷰> 이명재 (시인/예산말사전 저자) : "안녕하세요. 저는 예산 사는 이명재입니다. 시도 쓰고요. 예산에서 평생 살면서 예산 말을 잘 정리해서 후배들에게 남겨주려고 꼼지락꼼지락 모아서 사전 하나 냈어요."
충청도 사투리 중에 특히 예산 고유의 말을 위주로 했다는데요.
8년에 걸쳐 3천700개의 표현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답니다.
<인터뷰> 이명재 (시인/예산말사전 저자) : "충청도 사람들은 머리 아픈 것을 싫어해요. 그냥 말하기 쉽게 바꿔요. 예쁘다 하면 입이 벌어지니까 줄여서 이쁘다, 힘쓴다는 것을 심쓴다 이렇게 말하고 불을 켠다 할 때는 불쓴다(고 해요). 개갈은 '개갈 안 나네', '개갈나게 일 좀 해'(처럼) 잘 되어가는 것을 개갈(이라고 합니다.) 일이 시원하게 풀어져 가는 형편(을 뜻하죠)."
예산만의 독특한 표현, 이뿐만이 아닙니다. 돼지우리는.
<녹취> 이명재 (시인/예산말사전 저자) : "돼지울간이지유! "
그럼 길들여지지 않은 어린 말을 뜻하는 생마는요.
<녹취> 이명재 (시인/예산말사전 저자) : "생매기유."
이명재 시인의 사투리 예찬론을 들어볼까요.
<인터뷰> 이명재 (시인/예산말사전 저자) : "분명한 것은 우리말이라는 것이죠. 서울에서 충청도 사람을 만났는데 충청도 말을 써야죠. 내가 미국 LA 가서 미국인을 만나서 이야기할 때는 필요할 때는 영어를 써야겠지만 안 써도 될 때는 우리말을 써야죠."
사전뿐일까요?
이제 인터넷 쇼핑에서도 사투리는 대접받고 있습니다.
<녹취> 사투리 모델 : "사투리 잘 쓰는 분들 있다고 해서 왔어.) 일단 올라오세요. 올라오시면 알아요."
따라 올라간 사무실.
인터넷 방송 촬영장인데요.
남도음식 판매를 위한 방송이라고요.
<인터뷰> 최유랑 (모델) : "오늘 저희가 특별하게 전라도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인터뷰> 박인화 (모델) : "목포 홍어아가씨 박인화입니다잉."
<인터뷰> 최유랑 (모델) : "광주에서 온 광주댁 최유랑입니다."
<인터뷰> 임보영 (모델) : "전라도 하면 여수지라. 여수 하면 전복장, 오늘 소개해 드리려고 나왔죠잉." 끝맺음이 수상하다 싶었는데, 이분들 갑자기 돌변했습니다!!
<녹취> 임보영 (모델) : "아따 요즘 날씨가 겁나게 추워갖고 그런지."
<녹취> 최유랑 (모델) : "참 입맛 심심하셨죠잉."
<녹취> 박인화 (모델) : "허벌나게 추워요."
<인터뷰> 박인화 (모델) : " (서울말 쓰시더니 왜 전라도 사투리를 쓰세요?)"전라도 사람이니 전라도 말을 쓰죠."
<녹취> 최유랑 (모델) : "허벌나게 맛있고, 겁나게 맛있고, 아따 맛나당께!"
<인터뷰> 최유랑 (모델) : "사투리로 말을 하면 이미지는 그렇게 안 생겼는데 구수하게 사투리를 쓰니까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 지난번에 서울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아따 거시기 좀 줘 봐요, 거시기' 이랬는데 거기 앉아 계시던 남자 분들이 외려 당황하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투박하지만 찰진 사투리를 구사하는 이분들은 남도사투리모델 선발대회에서 선발된 사투리 전문 모델들입니다.
<인터뷰> 배한진 (00식품 대표) : "사투리도 이제는 중요한 문화 콘텐츠 중 하나고 지역 상품을 판매할 때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마케팅 수단까지!
정말 요즘 사투리는 곳곳에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인터뷰> 이상규 교수 (경북대학교 국문학과/전 국립국어원장) : "토착민들이 사용하는 말에는 대단히 오래된 역사와 정보, 지식들이 들어 있으므로 토착민들의 지식 정보들을 우리가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방언에 대한 시각이 열등한 것, 또는 천박하다 이런 관점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그 속에 있는 여러 가지 지식 정보를 추출해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추고 싶은 비밀이었던 사투리가 이제 곳곳에서 화려하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지금의 관심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서 잘 보존됐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