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충전] 지리산 산골 ‘보약 된장’ 담그는 가족

입력 2013.01.11 (08:17)

수정 2013.01.11 (09:08)

<앵커 멘트>

한적한 산 속에 집짓고 살아가는 분들,종종 소개해드렸죠 은퇴 뒤 여유를 즐기려고 혹은 큰 병을 치유하려고 그러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하지만 한창 공부할 어린 자녀들까지 산으로 데리고 오는 건 웬만해선 힘든 일일텐데요

오늘 주인공들 보면 그것도 선입견이란 생각이 드네요

정아연기자, 지리산 장 담그는 가족이야기 전해주신다고요

<리포트>

네, '해피밸리' 해발 6,7백미터의 고지대가 사람이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곳이란다.

이분들이 사는 곳이 바로 지리산자락의 해피밸리'였는데요

그래서인지 소박하게 사시는데도 무척 행복해보였습니다.

도시에서 잘 살고 있다가 산골로 들어가 된장가족이 된 사연 한번 들어보시죠

구불구불 산길따라 한참을 올라가야 닿는 지리산 중턱, 사람이 행복함을 가장 많이 느낀다는 해발 약 6백미터에 자리한 견불마을입니다.

눈앞에 수백 개의 장독대가 펼쳐진 이곳,

<녹취>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인공, 이강영 씨 입니다.

지리산에 들어온지 올해로 16년째 한해두해 늘어난 장독들이 지리산의 창창한 햇살, 공기와 어우려져 있습니다.

<인터뷰> 이강영(지리산 15년 거주/전통장 제조) : "된장 들어있고요, 간장도 있고 고추장도 있고. 저 사람(아내)하고 틈틈이 만든 거예요. "

세월의 힘으로 묵힌 된장, 기대가 됩니다.

특히, 된장은 오래 묵힐수록 깊은 맛을 내는데요.

<녹취> "이게 만 7년 지난 거예요."

색깔부터가 다르죠?

<녹취> "이거 한 번 잡숴보세요. (오래된 거니까 약이 될 거야.) "

7년 세월을 품은 된장, 맛도 특별하겠죠?

<녹취> "짜요. 뒤에 입맛을 다시면, 달짝지근한 맛이 나고 침이 많이 생겨요."

지리산에서 채취한 야생초를 넣어 3년 이상 숙성시킨 약초장.

이보다 더 귀한 게 어디 있을까 싶지만요.

<녹취> "저희는요. 가장 보배는 땅속에 있어요."

보물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땅 속 깊이 숨겨놓았다는 보물 역시, 장독 안에 있는데요.

<녹취> " 이게 저희 집 약초 된장이랍니다."

어떤 약초가 들어있을까요?

<녹취> "집 주변에 있는 옻나무, 옻나무를 이용해서 만든 된장이에요. "

독소를 제거해준다는 고운 황토빛의 옻된장, 이 가족의 보약입니다.

가족의 보물은 집안에도 있다는데요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건, 지리산의 아름다운 자연입니다.

<녹취> "시원하죠? 그래서 이렇게 앞산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눈덮인 산자락을 담은 창이, 수묵화를 걸어놓은듯한데요

구석구석 가족의 손때가 안묻은 곳이 없습니다.

<인터뷰> 이강영(지리산 15년 거주, 전통장 제조) : "저기 노고단까지 연결되는 지리산 주능선이에요. 저게 1,500m, 1,600m 오르락내리락 하는 봉우리인데, 지금 우리 눈높이에 있어요. "

<인터뷰> 이연숙(지리산 거주 가족) : "사계절이 변할 때! 그때는 진짜 이사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죠."

각박하고 분주한 도시생활을 떠나 마음을 다스리고 참선을 공부하러 오게 됐다는 가족 한겨울에도 산에 오르면 산은 언제나 필요한 것을 내어줍니다.

청정 자연 속의 모든 것들은, 제 쓰임을 알기만 하면 다 보물이 됩니다.

<녹취> "솔잎이 방부효과도 하고, 피로회복에도 아주 좋거든요."

<녹취> "이게 구지뽕나무예요."

성인병 예방에 좋은 구지뽕나무 역시, 장 담그는 재료로 쓰입니다.

<인터뷰> 이강영(지리산 15년 거주, 전통장 장인) : "구지뽕나무는 고혈압이라든지 항암효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거 가지고 (약초)물 내서 메주콩 삶고 된장 담그고 할 거예요."

어린 남매를 이끌고 이곳까지 오게 된 이들에게 산은 어떤 의미일까요

<인터뷰> 이지향(딸) : "저희가 여기 (지리산에) 내려온 게 아버지 어머니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내려온 게 아니고, 애초에 저랑 동생한테 의견을 물어봤어요. 되려 저랑 동생이 적극적으로 여기 오자고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인터뷰> 이강영(지리산 15년 거주) : "자연은, 그냥 그대로 자유롭게 내 인생에 맞춰서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해요. 내 인생을 여기서 키워보는 것이죠."

그날그날, 산이 내어주는 솔잎과 약재로 장을 만듭니다.

꼬박 하루 동안 달인 약초물에 구슬같이 단단한 메주콩을 삶기에 앞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녹취> "콩도 무생물이라고 보지 않고, 이것이 또 다른 음식으로 계속 변화해 갈 건데, 그럼 이제 나하고 교감이 와야 하겠죠."

약초의 성분이 흠뻑 배인 콩을 으깨, 직접 메주를 띄어 장을 담그는데요.

이강영 씨가 처음 장을 담그게 된 이유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였지만, 이제는 입소문을 타면서 가족의 생계를 돕는 고마운 장이 됐습니다.

<녹취> "우리 메주들 잘 떠서 좋은 음식 되어라."

<녹취> "많은 사람들을 건강하게 해주세요."

<녹취> "메주야 이번 한 해도 맛있는 장이 되렴!"

지리산에 묻혀 산지 15년, 이강영씨에게는 특별한 취미가 있습니다.

<녹취> "내 전직이 서예가. 내 놀이터?"

서예대전에 입선하며, 한 때, 서예학원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자연을 벗 삼아, 취미가 되었다네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배우느라 고생도 많았지만, 이제는 자연과 소통하며 사는 법을 배웠다는 이강영 씨.

앞으로의 바람은 어떤 걸까요?

<녹취> "호연지기. 다들 이렇게 올 한해가 힘차게 사는 한 해가 되면 좋겠어요. "

가슴에 큰 뜻을 품고 그것을 향해서 열심히 사는 한 해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지리산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자연인 가족들,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리산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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