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화재에 유명무실 ‘경량 칸막이’

입력 2013.01.22 (06:49)

수정 2013.01.22 (07:30)

<앵커 멘트>

아파트화재는 불이 나면 대피하기가 어려워, 지난해만 해도 전국에서 320여 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는데요.

이런 상황에 대비해 불이 났을 때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게 발코니벽을 '경량 칸막이'로 만들도록 입법한지가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화재가 났을때 이 칸막이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김영준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파트 8층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불을 피하지 못한 70대 노인이 아파트 아래로 투신하면서 숨졌습니다.

불이 출입문 쪽에서 시작돼 입구로 대피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층 아파트 화재시 출입문으로 신속히 탈출하지 않으면 인명피해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1992년 정부는 주택법에 명시해 가능한 고층 아파트의 경우 9mm 가량의 석고보드로 만든 경량 칸막이를 발코니에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약한 재질이어서 여성은 물론, 아이들도 몸이나 발로 쉽게 부술 수 있습니다.

하지만,대다수 아파트에서 경량 칸막이는 있으나마납니다.

화재 등 비상시에 사용해야 할 경량 칸막이는 붙박이장으로 꽉 막혀버린 상탭니다.

부술 수 있다고 해도 반대쪽이 막혀 역시 탈출하기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인터뷰> 김정림(강원 홍천소방서 예방계) : "유사시에 파기해서 옆 세대로 피난하는 것인데 보다시피 세탁기 등 장애물이 설치돼 피난하는데 장애를 받습니다."

더구나 경량 칸막이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주민이 대다숩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 "몰랐죠. 누가 왜 이렇게 해 놓았나 했죠. (전혀 모르셨어요?) 네."

지난 92년 이후 지어진 전국의 아파트는 5백만호 가량, 이들 가운데 65% 아파트에 경량칸막이가 시설돼 있지만 이 칸막이가 화재시 인명을 구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화재 등 위급한 상황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탈출로인 경량 칸막이.

하지만, 장애물에 가로막히고 잘 알지 못해 한해 3백여 명이 아파트 화재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영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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