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한국과 프랑스의 다리 역할 할래요”

입력 2013.03.25 (08:45)

수정 2013.03.25 (09:01)

<앵커 멘트>

한국에서 태어난 입양인들 중에 성공한 분들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죠?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여성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한국 입양인 최초로 장관자리까지 오른 플뢰르 펠르랭, 한국이름 김종숙 씨인데요.

입양아 출신으로 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것 같은데요.

양영은 기자. 생후 6개월에 입양됐다고 하는데 이번에 한국 온 게 처음인가요?

<기자 멘트>

네, 처음입니다.

지난 토요일 공항에 도착했는데 그날 처음 모국 땅을 밟았다고 합니다.

거의 40년 만이네요.

그렇죠. 40년 만이죠.

소감을 물었더니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잤다. 그런데도 처음 한국에 오는 것이라 설렌다."

이렇게 소감을 밝혔는데요.

도착 다음날인 어제는 저희와 인터뷰를 하기 직전에 시장엘 갔는데 사람들이 사진을 찍자고 하거나 사인을 해달라고 다가와서 스스로도 무척 놀랐다고 합니다.

한국 입양아 출신으로는 최초로 물론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최초로 프랑스의 장관 자리에 오른 플뢰르 펠르랭 장관.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조차도 장점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를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해 5월, 프랑스 24대 올랑드 대통령의 당선이 발표되는 순간.

환호하는 사람들 틈에서 누구보다 기뻐하던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의 중소기업 혁신 디지털 경제 장관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모습은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죠.

<인터뷰> 플뢰르 펠르랭(프랑스 중소기업 혁신 디지털경제장관) :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플뢰르 펠르랭 김종숙입니다."

플뢰르 펠르랭 장관을 만나보시죠.

지난해 5월, 플뢰르 펠르랭이라는 이름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서울 태생인 그녀가 입양된 지 40년 만에 처음으로 모국 땅을 밟았습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한이었는데요.

입국 다음날,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양국의 취재진으로 붐볐습니다.

<녹취> 마르탱 베일(프랑스/기자) : "우리가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촬영 카메라들 때문에 놀랐어요. 여기서 그녀는 정말 대스타구나 (싶었죠.) 솔직히 말해 그녀가 입양됐다는 사실은 프랑스에서 큰 이야깃거리가 아니에요. 그녀는 100% 프랑스인일 뿐이죠."

프랑스의 장관으로 모국을 찾은 펠르랭 장관이 인터뷰 전 처음 건넨 말은?

<인터뷰> 플뢰르 펠르랭(프랑스 중소기업 혁신 디지털경제장관) : "안녕하세요."

인사 외에 또 다른 한국어를 아는지 물었는데요.

<인터뷰> 플뢰르 펠르랭(프랑스 중소기업 혁신 디지털경제장관) : "김치, 비빔밥."

김치와 비빔밥 이외에 노래방도 안다고 했습니다.

최근 인터넷을 달군 이 사진.

프랑스의 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싸이와 찍은 사진이라는데요.

<인터뷰> 플뢰르 펠르랭(프랑스 중소기업 혁신 디지털경제장관) : "저는 최근 K-POP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많은 학생이 K-POP의 가사를 알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므로 한국어 강좌도 개설됐습니다. 한국에 있어서는 이런 상황들이 힘이 될 수 있고 또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펠르랭 장관은 1973년 8월, 태어나 생후 6개월째에 프랑스로 입양됐는데요.

부모님은 그녀가 성장하는 동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플뢰르 펠르랭(프랑스 중소기업 혁신 디지털경제장관) : "제가 느끼기에 많은 한국인이 960~1970년대에 입양을 보낸 사실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죄책감을 가지는 것보다 오히려 입양아들과 다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이) 입양아들에게 저처럼 자신이 태어난 나라와 자란 나라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한국경제의 성공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펠르랭 장관은 여유가 생길 때면 피아노를 치거나 그림을 그린다는데요.

그녀의 이러한 예술적 감각은 부모님의 영향 덕분이라고 합니다.

딸 베레니스와 공무원인 남편 로랑 올레옹 씨의 모습인데요.

16살에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국립행정학교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녀.

젊은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도 있다고요.

<인터뷰> 플뢰르 펠르랭(프랑스 중소기업 혁신 디지털경제장관) : "먼저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고, 인내심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학교가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것에 대해 믿음을 갖되 너무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고, 여가를 즐기기를 당부합니다. 이것이 제 철학입니다."

펠르랭 장관은 프랑스에서 장관으로서 그리고 여성정치인 모임인 21세기클럽 회장으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도 8살짜리 딸을 둔 엄마.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는 쉽지 않다는데요.

<인터뷰> 플뢰르 펠르랭(프랑스 중소기업 혁신 디지털경제장관) : "엄마의 손길이 아직 필요한 딸 때문에 (일과 가정 양립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딸은 지금 상황이 제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딸과 시간을 보낼 때 최대한 유익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는 딸과 함께 박물관에 가거나 영화를 보러 가고, 딸에게 엄마가 왜 정부와 관련된 일을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다행히 딸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중소기업과 디지털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플뢰르 펠르랭 장관.

그녀는 태어난 나라 한국과 자란 나라 프랑스를 위한 더욱 활발한 교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플뢰르 펠르랭(프랑스 중소기업 혁신 디지털경제장관) : "저는 제가 한국과 프랑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양국 간의 관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미 1년이 지났지만, 앞으로 남은 4년 동안 저는 한국과 프랑스의 무역, 문화 그리고 대학교육 등의 분야에서 보다 더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이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펠르랭 장관이 뭔가 준비했다는데요.

<인터뷰> 플뢰르 펠르랭(프랑스 중소기업 혁신 디지털경제장관) : "대한민국 만세! 프랑스 만세! 맞나요?"

네, 정확합니다.

펠르랭 장관은 오늘부터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갑니다.

내일은 박근혜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인데요.

그녀는 학창시절 이를 악물고 공부해 피나는 노력으로 프랑스 정계의 꽃이 된 플뢰르 펠르랭.

그녀가 40년만의 모국 방문에서 좋은 성과와 행복한 기억을 갖고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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