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고위층 별장 성접대’ 동영상 실체는?

입력 2013.03.25 (08:40)

수정 2013.03.25 (10:29)

<앵커 멘트>

한 건설업자가 자신의 별장에서 유력 인사들을 접대했다는 사건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의혹이 커지면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현직 차관이 사퇴하는 일까지 있었는데요.

오늘, 이 사건 정리해보겠습니다.

김기흥 기자, 경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멘트>

경찰 수사의 초점은 성접대 동영상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건데요.

이 사건은 한 고소인 여성이 자신을 성폭행한 건설업자의 차량에 성접대 동영상 CD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KBS 취재 결과 차량에서 발견된 CD에는 그런 내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결국 경찰은 참고인으로부터 확보한 2분 분량의 또 다른 동영상 분석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직 차관의 사퇴까지 불러온 성접대 의혹 사건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한강을 바라보며 산 속에 둘러싸인 원주의 한 별장.

겉으로 보기에도 호화로운 이 별장은 건물이 6채, 전체 면적만도 7천 제곱미터에 달합니다.

마당에는 커다란 수영장이 있고 그 옆에는 연못과 정자까지 갖춰 있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 (음성변조) : "이 사람들 여기 온지 6년이 됐는데도 동네사람하고 교류가 없어요. 대문 딱 걸어 잠그면 거기 누가 왔는지 갔는지도 몰라요. 차 있으면 손님이 왔나보다 그렇게 생각하죠. "

건설업자 윤모씨가 고위층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한 곳으로 의심되는 곳은 별장 2층.

바닥은 물론 벽까지 대리석으로 꾸몄고, 화려한 조명에 노래방과 영화감상실도 갖춰놨다고 합니다.

<녹취> 인근 주민 (음성변조) : "영화관이 있고 당구장하고 노래방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윤회장님이 한 번씩 그런 이야기는 했었어요. 저는 여기(1층)만 들어가 봤지, 이 위층에는 안 올라가봤어요. "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고위층 성접대 의혹은 지난해 11월, 여성 사업가 권모씨가 건설업자 윤씨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윤씨가 약을 먹여 자신을 성폭행했고, 이 상황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협박해, 15억 원과 벤츠를 빼앗았다는 것이 권씨의 주장인데요.

수사과정에서 윤씨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이곳 별장에서 사회지도층 유력인사를 불러 성접대를 했으며, 그 장면을 촬영해 가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 겁니다.

이 과정에서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이름이 거론되자, 결국 취임 6일 만에 자진사퇴하는 일까지 발생했는데요.

김 전 차관 외에도 전현직 고위 관료들, 군 고위 인사, 병원과 금융계 인사까지 이른바 성접대 리스트가 나돌고 있지만, 한결같이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접대 동영상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초 고소인 권씨는 지난해 12월 15일, 평소 자신을 따르는 박모씨를 찾아가 윤씨가 빌려간 벤츠를 되찾아오라는 부탁을 했고, 이 승용차 안에서성접대 동영상 CD 7장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박00 (음성변조) : "차를 뽑아준 게 있대요. 그런데 그 차를 좀 찾아다 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그냥 어떻게 찾아 주냐고 그랬더니 (권씨가) 위임장을 써주겠다고 해가지고 그걸 가지고 차를 찾았어요."

KBS 취재 결과, 차를 되찾아 온 박씨의 얘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당시 차를 가져가려는 박씨측과 별장 관리인들이 실랑이를 벌였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입회 하에 이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밝혔는데요.

<녹취> 박00씨 측 : "(별장) 관리자가 직접 보세요. 저희가 뺄 테니까 직접 보세요."

11분 분량의 동영상에는 차량에서 짐을 빼는 과정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차에서 윤씨의 물건을 직접 꺼냈던 박씨는 성접대 동영상 CD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00 (음성변조) : "구두, 옷가지, 차 안에 모자, 그 다음 자질구레한 명함, 아기들 보는 뽀로로 동영상 CD 3장인가 있었고 경찰 입회하에 동영상 찍으면서 다 내려줬어요."

차량 안에 있었다는 성접대 동영상 CD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자 경찰은 한 참고인에게서 확보한 2분 분량의 동영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요.

접대에 동원됐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은 여성 1명과 남성 1명이 등장하는 이 동영상을 보고 "내부 장식이나 가구 배치를 봤을 때 별장 내부인 것 같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조만간 국과수의 영상 분석 결과를 넘겨받아 동영상의 진위 여부를 포함해 동영상을 누가 찍었고, 동영상 속 등장인물이 누군지를 밝혀내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또한 경찰은 윤씨가 별장에서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허자먼 송좁대를 했다는 여성들의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건설업자 윤씨의 고위층 성접대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씨는 왜 이 같은 일을 벌였던 것일까.

경찰은 윤씨가 고위층과의 친분을 이용해 자신의 사업과 관련해 이권을 챙겼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대학병원의 인테리어 공사와 관련해 특혜가 주어졌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러나 윤씨는 이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윤00(건설업자/음성변조) : "거기 (병원) 원장님하고 알기는 알죠. 괜찮은 회사, 일 제대로 할 수 있는 데를 알려달라고 해서 연결해준 것 외에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어요."

하지만 지난 2002년 한 고위공직자에게, 당시 시가 6억5천만 원인 자신의 고급 다세대주택을 1억 원 이상 싸게 팔았고, 그에게 향응도 수없이 제공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공직자를 제외하고는 금품이나 대가성 있는 거래를 한 공직자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인터뷰> 윤00(건설업자/음성변조) : "(뉴스)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하고.. 계산하고 가라고 하면 계산해 주고 가고.. (주택도) 그 당시 분양가에 비해서 훨씬 사게 줬고, 아직 잔금도 저한테 안 준 상태이고. 청문회하면 진실이 바로 나오는 거죠. "

윤씨가 지목한 고위 공무원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오히려 윤씨가 돈이 급하다며 집을 사 달라고 부탁했다는 겁니다.

<녹취> 전직 관료 (음성변조) : "돈이 당장 급하니까 우리 집을 사 달라고 그래서 그 집을 사서 들어갔어요. (그런데 나중에) 당신만 내가 싸게 해 주지 않았느냐, 집값도 올라갔으니까 나머지 1억을 나에게 줘야 한다고 그러는 거라. 룸살롱이 몇 백 건이고, 접대했다는 거는 다 거짓말이고."

사회 고위층에 대한 성접대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건설업자와 고소인 사이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만큼, 실체적 진실은 '동영상 분석' 결과를 통해서 규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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