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네이터' 차두리(33·FC서울)가 국내 프로축구에 입문한 동기는 행복찾기였다.
차두리는 27일 경기 구리의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서울 입단식에서 "지금까지 나를 항상 응원하고 도와준 한국 팬들 앞에서 뛰는 게 기쁨이고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뒤셀도르프와의 계약이 끝나자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차두리는 "지난 석 달 동안 선수 신분이 아닌 상태로 지내며 다른 인생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생활을 시작하려고 독일에서 영어학원에 다니고 책가방을 메고 도서관도 들락거렸다고 했다.
차두리가 선수생활 연장을 결심하게 한 것은 독일에서 마주치는 한국인들의 공통된 소망이었다고 한다.
"거리에서, 식당에서, 여러 곳에서 만나는 한국 분마다 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한국에 가서 공 차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요. 많은 분이 제가 여기까지 오도록 사랑해주셨다는 걸 다시 깨달았어요."
차두리는 한국 팬들 앞에서 매주 경기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 선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K리그 클래식에서 태우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국내 복귀 과정에서 부친인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이나 어머니의 조언은 전혀 듣지 않았다.
차두리는 "나도 나이가 있어 이번에는 전적으로 내가 모든 것을 결정했다"며 "입단 계약서에 사인하러 온 날 아버지가 집에서 놀라시며 '언제 왔느냐', '왜 왔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은 차두리가 가세해 전력 강화와 마케팅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두리는 "많은 이들이 내가 서울의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심한다"며 "마케팅 때문에 나를 영입했다는 이야기도 줄을 잇고 있다"고 주변 분위기를 소개했다.
그는 "심기일전하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입단식에서 차두리와 최용수 서울 감독은 서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했다.
둘은 과거에 동료 선수로서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룸메이트로 지내기도 했다.
차두리는 "형이라고 부르다가 감독님이라고 부르려니 어색하다"며 "대화하지 않고 표정만 봐도 최 감독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고 친밀함을 드러냈다.
최 감독은 차두리가 훈련 공백이 있기 때문에 바로 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차두리가 맡을 포지션은 일단 수비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공격수와 수비수를 모두 경험했다.
차두리는 "공격수에 재도전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 감독은 "자기 의견을 당당히 말하는 게 독일 문화인가 보다"며 "감독이 고민할 문제를 자기가 미리 결정해 얘기한다"고 농담삼아 핀잔을 줬다.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는 것, 새 리그에 적응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이지만 아직도 차두리에게는 태극마크를 향한 의지가 있었다.
차두리는 "대한민국에서 축구를 하는 선수는 모두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하고 국가대표라면 모두 월드컵에 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마찬가지"라며 "내 마음의 한구석에는 월드컵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나서 꿔야 할 꿈"이라고 덧붙였다.
차두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그라운드 밖에서 대표팀을 응원했다.
차두리는 본격적인 출전이 시작되면 분데스리가에서 친하게 지낸 북한의 골잡이 정대세(수원 삼성)과의 대결이 무척 흥미로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대세는 사석에서는 친동생이나 다름없지만 운동장에서는 적"이라며 "반드시 수원을 이기고 경기장에서 대세를 압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