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인명 구조를 위해 위급한 화재 현장에 뛰어들고, 지하철 선로로 내려가 취객을 구합니다.
이처럼 의로운 일을 하다 다치거나 사망한 용감한 시민들을 '의사상자'라고 부릅니다.
지난 1970년 지원법이 마련된 이후 남을 구하려다 다친 사람은 2백22명, 사망한 사람도 4백 50명을 넘습니다.
그러나 이런 의인들에 대한 지원은 미미한 실정입니다.
왜 그런지, 김지선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윤정용씨는 이 길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10여 년 전 이곳에서 차에 치일뻔한 초등학생 2명을 구하고, 대신 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윤정용 : "한 아이는 밀치고, 한 아이는 내가 안고..."
의사상자로 인정받아 당시 정부에서 받은 보상금은 250만 원, 대부분 병원비로 썼습니다.
가장인 윤씨가 다리를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인터뷰> 윤정용(의사상자) : "애들은 애들대로 흩어진 거죠. 노동력을 상실하니까 가정도 파탄된 거죠."
윤씨처럼 의로운 일을 하다 다치거나 숨진 사람들에게 정부는 급수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고, 의료와 취업, 자녀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절실한 취업 지원은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대부분은 실업자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립니다.
<인터뷰> 김명득 : "박스도 줍고, 고철도 줍고 해서...하루에 많이 벌면 돈 만원도 벌고 못 벌 땐 몇 천원도 못 벌고."
일부 지자체들도 지원 조례를 만들었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지원뿐입니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정당한 대우조차 제대로 못받는다는 겁니다.
정부가 발급한 의사상자 카드로 국공립 시설을 무료 이용할 수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통하지 않습니다.
<녹취> 경복궁 매표소 직원 : "이런 것도 있나보지? 언니, 이런 것도 있어?"
<인터뷰> 김덕민 :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에 의사상자들이 이걸 가지고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의사상자 지원을 확대하라는 개선안을 내놨지만, 정부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