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되는 골목길 비상소화장치

입력 2001.11.28 (21:00)

수정 2018.08.29 (15:00)

⊙앵커: 소방차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어서 불이 날 경우 주민들이 초기 진화를 할 수 있도록 설치해 놓은 비상소화장치라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당국의 엉성한 관리와 주민들의 인식 부족 때문에 화재철인 요즘 대부분 제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김영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지대 주택가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함입니다.
불이 날 경우 주민들이 곧바로 초기 진화를 할 수 있도록 소방 당국이 설치한 것입니다.
그러나 승용차가 불법주차해 있어 문을 열기는 고사하고 접근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불법주차 주민: 매일 여기 대는 것은 아니고요.
오늘 처음이에요.
⊙기자: 주차된 승용차를 옮기고 문을 열어봤습니다.
언제 점검을 했는지 소화기와 소방호스 등 소화기구에 먼지가 뿌옇게 쌓여 있습니다.
손전등도 켜지지 않습니다.
또 다른 비상소화 장치함의 문은 쓰레기로 막혀있습니다.
열쇠를 갖고 관리하는 주민들의 연락처는 광고전단에 가리거나 지워져 알아볼 수 없습니다.
매달 장비의 이상 여부를 점검한 뒤 그 결과를 기록하게 되어 있는 점검부입니다.
그러나 안에는 아무것도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곳의 비상장치함은 아예 열쇠로도 열리지 않습니다.
불이 나면 꺼내써야 하지만 열쇠가 없어진 곳도 있습니다.
여기에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런 소방기구를 사용할 줄 모릅니다.
⊙열쇠 관리 주인: 비상소화장치함이라고는 했는데 알려줬어도 (사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기자: 심지어 비치된 사용설명서는 백지상태입니다.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소방 당국은 인력부족 탓으로 돌립니다.
⊙소방 파출소장: 2명이 빠지고, 구급차 또 나가고, 오토바이 나가고, 근무 한 명 서고 제가 오늘 당번이에요.
⊙기자: 이런 비상소화장치함은 지난 88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해 지금까지 45억여 원의 예산으로 서울시내 화재위험 지역 2300여 곳에 설치됐습니다.
그러나 당국의 관리부재와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대부분의 비상소화장치함들이 무용지물이 될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KBS뉴스 김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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