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현종 어보, 미국서 최초 발견

입력 2013.06.02 (07:23)

수정 2013.06.02 (07:45)

<앵커 멘트>

6.25 전쟁 때 사라진 조선 제 18대 왕 현종의 어보를 KBS 취재진이 미국 현지에서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왕이나 왕비에게 바치는 어보는 왕실의 의례용 도장으로 정부가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재입니다.

이를 최초로 확인한 탐사보도팀 김민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5백년 조선 왕실의 상징 어보입니다.

행정용 도장인 국새와 달리, 왕과 왕비가 승하하거나, 세자책봉 같은 중요한 순간에 예물로 바치는 의례용 도장입니다.

금으로 만들면 금보, 옥으로 만들면 옥보라고 하고, 손잡이는 거북이나 용 모양, 바닥엔 왕의 공덕을 새깁니다.

정부는 이 어보들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록으로 확인된 어보는 모두 3백 75과.

그런데, 이 가운데 50과는 현재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준(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 "한국 전쟁 때에 그 많은 어보들이 소실을 하게 되죠 지금 현재 그것은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 LA에 사는 고미술품 수집가 로버트 무어씨,

LA 박물관에 한국 유물 250여점을 50억원에 판 것으로 알려진 큰 손입니다.

무어씨 집에서 찾아낸 어보 하나.

<인터뷰> 로버트 무어(고미술품 수집가) : "코네티컷에서 샀어요. 약10년, 15년전에 밸런 갤러리란 회사에서 샀어요."

왕세자지인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조선 왕들은 세자 책봉 때 모두 '왕세자인' 넉 자를 새겼지만, 제18대 현종만 '왕세자지인’5자를 새겼습니다.

조각 양식도 현종 전후 시기의 것들과 유사하고,‘인수’라 불리는 끈의 상태도 진품임을 확인시켜 줍니다.

<인터뷰> 서준 : "인수(끈)를 저렇게까지 가짜로 만들어서 다시 매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무어 씨는 앞서 지난 2천년 문정왕후 어보를 LA 박물관에 팔기도 했습니다.

이들 어보는 대부분 6.25 전쟁 와중에 미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 언론들은 전쟁 직후 '한국의 궁궐에 수백 년 된 왕실 도장 47개가 '미군의 기념품 사냥’으로 사라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우리 대사관 측도 귀중한 인장 360개 가운데 47개가 없어졌으며, 미국 측에 어보를 찾는 것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어보 외에 최초의 지폐인 호조태환권 원판과 황실 양탄자 등도 6.25 전쟁 때 미국으로 흘러 들었습니다.

<인터뷰> 혜문 스님(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 "미군이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주기 위해서 6.25전쟁에 참전했지만, 그 전쟁 속에서 한국 문화재들을 미군 범죄에 의해서 파괴했다라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가 분명히 문제제기할 시점이 됐다."

이 곳 미국에 있는 한국 문화재의 숫자는 정부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파악한 것만 4만점에 이릅니다.

6만점이 넘는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숫잡니다.

그러나 박물관 등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파악한 것만 해당하는 숫자일뿐,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소장품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인터뷰> 이경훈(문화재청 국제협력과장) : "개인이 소장한 것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아직까지 파악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소장가들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서 일단 그 현황을 파악하고
해외 소재 우리 문화재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시급합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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