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신재생 에너지 사업, 비효율 심각

입력 2013.06.26 (21:27)

수정 2013.06.26 (22:02)

<앵커 멘트>

잇따른 원전 가동 중단으로 올 여름 전력수급 차질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전력예비율은 10% 이상인데, 최근 들어 6에서 7%대에 머무는 날이 많아 준비 경보만 벌써 10차례 넘게 발령됐습니다.

정부는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신재생 에너지 보급에 5천6백억 원을 쏟아부었는데요.

하지만 전체 발전량에서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은 10년 전 설정했던 목표치의 절반 수준입니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실태를 박은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시가 5년 전 시립 병원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시설입니다.

햇빛을 가장 많이 받는 방향은 정남향인데, 전지판은 남동쪽을 보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하루 평균 발전 시간이 2.78시간에 그쳐, 에너지관리공단 기준치 3.72시간보다 1시간이 모자랍니다.

<녹취>병원 시설팀 관계자 : "이렇게 틀어버리면 효율은 좋을지 모르지만 모양은 이상하지 않겠어요"

평면으로 만들어야할 전지판을 미관 때문에 곡선으로 만들거나 나무 그늘이 지는 곳에 전지판을 설치한 곳도 있습니다.

이렇게 발전 효율이 떨어지다 보니, 서울시가 설치한 태양광 시설 150여 곳 가운데 발전 기준치를 충족하는 시설은 두 곳뿐입니다. .

잦은 고장도 골칫거리입니다.

3년 전 지열 발전기를 설치한 이 농장에서는 기기 고장으로 온실 온도가 들쭉날쭉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작물 생육이 나빠져 전기 보일러를 새로 설치했는데, 전기 요금만 한 달에 200만 원이 더 나옵니다.

<인터뷰> 강중순(파프리카 재배농민) : "비용도 적게 들여가면서 하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되는 구조가 되는 거죠."

신재생 에너지 발전기 고장은 해마다 급증해 지난해에는 3천5백여 건을 기록했는데, 130여 건은 아직 수리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강할수록 풍력 발전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시죠?

하지만 일정 풍속 이상이 되면 발전량은 같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풍력 발전에 가장 적합한 바람의 속도는 초당 12미터 정도입니다.

또 바람의 속도는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높은 곳에 설치돼 있기 때문에 지상에서 15미터 이상 되는 곳에서 측정해야 합니다.

<기자 멘트>

이처럼 풍력발전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는 어떤 곳에 설치해야 효율적인지를 잘 따져야 합니다.

태양광 발전을 살펴볼까요?

태양광 발전을 하려면 하루 평균 일조시간이 3.6시간을 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조량이 너무 많아도 문제가 생깁니다.

전지판 표면 온도가 25도를 넘으면 전압이 낮아져 발전 효율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미세 먼지가 많은 곳도 태양광 발전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대도시는 태양광 발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데, 개인용 태양광 발전의 절반 가까이는 서울과 경기, 6대 광역시에 집중돼 있습니다.

적합한 지역을 따져서 설치했다기보다는 단순히 보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겁니다.

신재생 에너지 시설이 처음부터 치밀한 연구를 통해 제대로만 보급됐더라면 발전 효율은 지금보다 높아졌을 테고, 블랙아웃 공포도 덜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신재생 에너지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독일의 사례를 통해 신재생 에너지 정책의 해법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태양에너지 박람회입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소개된 것은 전기 축전 분야.

특히 하루 태양광 발전의 약 50%를 저장하는 가정용 축전기 등 독일 제품과 기술들이 주목받았습니다.

이런 기술의 중심에는 전문 인력만 1,200명이 넘는 프라운 호퍼 연구소 등 대학과 연구 기관 등이 있습니다.

연구 기관들은 업체와 협력해 독일 지형과 기후에 가장 적합한 기술들을 개발하기 때문에 비효율은 최소화됩니다.

<인터뷰> 게하르트 스트리힙(프라운 호퍼 연구소 팀장) : "기업들과 같이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연구 성과는 해당 기업들에게 가장 먼저 제공됩니다."

수 십년에 걸쳐 강화된 발전기 유지 관리 서비스망도 독일 신재생 에너지의 강점입니다.

업체는 수백km 떨어진 시설의 작동 상태를 앉은 자리에서 파악하기 때문에 고장난 채 방치된 발전기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인터뷰> 롤프 슈리히(태양광집집판 서비스 업체) : "일조량이 많은데 전기생산이 적게 되고 있네요,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독일의 발전량 가운데 신재생 에너지 비율은 21.9%.

시설구축부터 관리에 이르는 세밀한 인프라구축이 독일 재생에너지 발전의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KBS뉴스 이영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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