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붉은악마 박종환 “아쉽지만 잘했다”

입력 2013.07.08 (12:45)

수정 2013.07.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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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4강 신화를 쓴 '원조 붉은악마'들에게는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이 올해 터키 대회에서 8강에 머무른 것은 아쉬운 결과였다.

이번 20세 이하 대표팀이 조별리그와 16강전에서 무척 안정된 전력을 보인 까닭에 결승전에 올라 우승을 타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멕시코 대회에서 대표팀을 이끈 박종환(75) 감독은 한국이 8일(한국시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8강에서 이라크에 발목이 잡히자 짐짓 특유의 불호령을 내렸다.

"잠도 못 자고 신경질이 나 죽겠어. 상대를 붙잡아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준 것도 그렇고, 승부차기 때도 방향을 결정했으면 골키퍼를 뚫어버리겠다는 식으로 차야지 이도 저도 아닌 슈팅을 하고…. 더욱이 유럽, 중남미, 남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라크한테 그게 뭐야. 같이 말려서 똑같은 축구를 하면 어쩌겠다는 것이야. 볼을 척 몰고 가면서 패스를 탁-탁-탁-탁 못하나…."

박 감독은 지적이나 비판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결과가 너무 아쉬워서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4강을 넘어 결승전까지도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털어놓았다.

어린 후배들의 잘 발달된 체격이나 세련된 기술이 내심 자랑스럽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우승도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그런 점 때문에 8강에서 이라크에 진 결과가 나에게는 더 아쉽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30년 전에는 국내에 잔디구장이 세 군데밖에 없어 출국할 때까지도 잔디를 밟아 보지 못할 정도로 훈련 환경이 열악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선수들의 정신력이 매우 단단해 어느 상대를 만나서도 끝까지 집중력 있게 경기할 힘이 있었다고 선전의 동력을 설명했다.

박 감독은 "8강도 잘한 것이고 후배들이 자랑스럽다"며 "그렇지만 오늘 내 마음에 아쉬움이 너무 많아 야단치는 말만 자꾸 나온다"고 강조했다.

공격수로서 멕시코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한 김종부 화성FC 감독도 자랑스러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표현했다.

김 감독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선전 등을 보면서 한국의 전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고 생각해 흐뭇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나타난 뜻밖의 굴곡 때문에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라크에 패할 줄은 몰랐다"며 "같은 아시아에 있는 나라라서 선수들이 편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나 싶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결과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8강도 좋은 성적이라며 후배들에게 반드시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세계적 강호도 항상 4강에 가는 것은 아니니 실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이라크와의 경기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와 겨뤄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저력을 이번 대회에서 잘 보여줬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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