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기쁨 “선수들 똥개 아닌 바둑이 됐다”

입력 2013.07.28 (16:24)

수정 2013.07.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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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네 번째 프로배구 컵대회 우승컵을 품에 안은 현대캐피탈 김호철(58) 감독은 "한번만 이겨도 잘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나보다 더 욕심이 많았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김 감독은 28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에서 우리카드를 3-1로 제압하고 우승한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와서는 "7명을 데리고 했다"며 너스레부터 떨었다.

실제로 주포 문성민이 왼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빠지는 등 현대캐피탈은 제대로 된 전력을 꾸리지 못한 채 컵대회를 맞았다.

대회를 앞두고 김 감독도 전력이 좋지 않다고 인정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몸을 낮출 정도였다.

하지만 자유계약선수(FA)로 가세한 리베로 여오현을 중심으로 조직력을 탄탄히 갖춘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과의 첫 경기만을 내주고 이후 3연승을 달리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 감독은 "적은 선수들이 하루 세 번, 밤 11시까지 훈련하며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묵묵히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와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나이 많은 선수들이 팀을 리드하고, 젊은 선수들이 파이팅을 불어넣었다"고 팀의 신구 조화에 높은 점수를 줬다.

김 감독은 "누구 하나가 아니라 각자가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여오현과 2년차 공격수 송준호에 관한 얘기로 기자회견 대부분을 채웠다.

여오현에 대해서는 "팀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해준 선수"라며 "주축이 되는 수비 진영에 안정을 가져왔다"고 치켜세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송준호에 대해서도 "감히 '스타 탄생'이라고 얘기해도 될 것 같다"면서 "점프력 등 하드웨어가 좋고 담력이 있는데 지금껏 숨은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공격수가 라이트에 서고 레프트에서 문성민이 붙박이로 활약하면서 실력을 쌓을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송준호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한 박주형을 묶어 "그동안 어린 선수들이 기량은 가지고 있어도 연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서 "기회가 없어 배구와 동떨어져 살던 젊은 선수들이 이제 자신이 해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을 갖추면서 실력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대회 초반에 어린 선수들에게 '똥개'라는 별명을 붙인 적이 있다. 집 밖으로만 나가면 실전에서 연습 때만큼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 보니 이제는 '똥개'가 아니고 '바둑이'쯤 됐다"며 흡족해했다.

김 감독은 "정규리그에서도 문성민이 합류하기 전까지는 지금 멤버에 외국인 공격수를 더해서 갈 것"이라며 "송준호나 김주형 모두 레프트로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려면 리시브 연습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전 경쟁을 예고했다.

한편,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지휘한 우리카드와의 결승전을 벌인 데 대해서는 "찝찝한 기분"이라며 "열심히 하고 마지막까지 잘 왔지만 아쉬운 점도 보이는 것 같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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