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유혈사태…흔들리는 ‘아랍의 봄’

입력 2013.07.29 (21:13)

수정 2013.07.30 (14:06)

<앵커 멘트>

국화인 재스민 꽃을 들고 민주화 바람을 일으킨 튀니지 국민들.

지난 2010년 말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시작으로 아랍의 봄을 맞았던 북아프리카 지역입니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의 23년 독재.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42년 철권 통치와 30년 동안 권좌에 앉았던 현대판 파라오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까지.

모두 광장에 모인 국민들의 힘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독재자를 몰아낸 이들 나라에선 민주화 열기속에 자유선거가 치러지고 새로운 정부가 구성됐습니다.

그러나 2년여가 흐르면서 혼란스런 상황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첫 민선 대통령 무르시를 이달 초 축출한 이집트에서 지난 주말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했고,

튀니지와 리비아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번지고 있습니다.

현지 상황을 복창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첫 민선 대통령, 무르시를 축출한 이집트에선 무르시 찬반 세력간에 충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르시 축출후 과도정부를 구성한 군부는 이슬람 시위대를 무력진압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만 2백여 명이 숨지고 4천여 명이 다쳤습니다.

그러나 무슬림 형제단 등 이슬람 세력은 무르시의 복귀를 요구하며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모하메드 아흐메드(무르시 지지자) : "부가 이 광장에서 우리를 몰아낸다면 우리는 또 다른 거리와 광장에 나가 시위를 이어갈 겁니다."

2010년 말 아랍의 봄을 촉발시킨 튀니지에서도 나흘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슬람주의 정부 퇴진을 촉구해온 야권 지도자가 암살되자 시민들이 항의 시위에 나선 것입니다.

<인터뷰> 도사프 이사오위(시위자) : "우리를 위해 순교한 야권 지도자를 위해 시위에 참가했어요.우리 아이들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랍니다."

리비아도 반정부, 반이슬람 시위가 번지고 있습니다.

튀니지처럼 집권 이슬람 세력을 공개 비판해온 야권 인사의 피살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벵가지에선 교도소 폭동이 일어나 천여 명의 죄수가 탈옥했고 법원 2곳은 폭탄 공격을 받았습니다.

아랍 민주화의 진원지, 북아프리카는 다시 혼돈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튀니지의 집권당 엔나흐다당.

이집트 무르시 대통령의 지지 세력 무슬림 형제단.

민주화 혁명 이후 선거로 집권한 이들의 공통점은 이슬람주의를 기반으로 한다는 겁니다.

독재가 길었던 탓에 대안 세력이 없었던 상황에서 전국적 조직력을 갖춘 이슬람 세력이 빈자리를 차지한 것이죠.

그러나 이들은 정치와 종교를 일체시키는 이슬람국가를 지향하면서 또 다른 독재 권력으로 변질됐고 통치 경험도 없어 시급한 경제,사회 문제 해결에도 실패했습니다.

특히 튀니지에서 있었던 이 여성시위는 극단적 이슬람주의에 대한 반감을 상징적으로 말해 준 사건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세속주의의 역습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현재로선 양 세력간 긴장이 워낙 팽팽해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집트와 튀니지, 리비아, 석유 자원이 많은 나라죠.

따라서 이들 나라의 혼란은 석유 패권을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힌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정정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KBS 뉴스 이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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