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바예바 “나는 장대높이뛰기 여왕”

제14회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6년 만의 금메달을 목에 건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31·러시아)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신바예바는 14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나흘째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4ｍ89의 기록으로 우승한 뒤 기자회견에서 "나는 장대높이뛰기의 여왕"이라며 모처럼 강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28차례나 세계 기록을 갈아치운 이신바예바의 이력은 '장대 여왕'이라는 별명을 스스로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2009년 마지막으로 실외 경기 세계기록(5ｍ06)을 세운 이래 줄곧 좌절을 거듭해 왔던 지난날을 떠올리면 그의 말은 더욱 특별하게 들린다.

한때 은퇴 무대가 될 것이라고 공언하던 자리이자 자신이 첫 우승을 차지한 의미 깊은 장소에서 오랜 부진을 털어내고 최강자의 실력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숱한 부상과 난관을 극복하고 다시 세계 챔피언이 된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신바예바는 이어 "관중들은 모두 나의 것"이라며 "이날의 우승은 내 선수 인생에서 가장 의미 깊은 성과"라고 감격을 표현했다.

그의 말대로 이날 루즈니키 스타디움에 모인 관중은 동시에 열린 다른 경기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신바예바를 향해 뜨거운 함성을 보냈다.

이신바예바는 "역대 최고의 응원 덕에 집에 돌아온 느낌을 받았다"면서 "모두가 나를 향해 응원한 덕에 힘을 받아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홈에서 경기를 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면서 "우승할 수 있게 만들어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조국 응원단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이신바예바는 이날 위대한 발자취를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발자취가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는 각오를 분명히 밝혔다.

그동안 그의 은퇴 여부를 둘러싸고 숱한 추측이 오갔고, 이신바예바 자신도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장대를 놓고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이를 뒤집은 바 있다.

이신바예바는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며 "내년에 아기를 낳은 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에 도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다시 장대를 잡을 때에도 이신바예바의 곁에는 은사인 예브게니 트로피모프 코치가 있을 전망이다.

이날 4ｍ89를 넘은 뒤 트로피모프 코치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이신바예바는 "그는 최고의 코치"라면서 "그와 함께하기로 한 선택이 지금의 우승을 일궜다"면서 스승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