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정치적 이용 안된다

입력 2013.09.23 (07:34)

수정 2013.09.23 (08:38)

[김정훈 해설위원]

"어쩐지 순조롭다했더니 결국 뒷통수를 맞게 됐습니다". 북한이 이산가족상봉을 돌연 연기한 것을 두고 우리 정부당국자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모처럼 한걸음씩 진척되던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국면을 맞게 될 판이고 무엇보다 하루하루 상봉의 날만 꼽아오던 이산가족들의 응어리는 한층 더 커졌습니다.

북측은 이산상봉과 함께 금강산관광 재개회담도 같이 연기한다고 했습니다.
북측은 그동안 관광수입을 노린 금강산회담을 우선시해왔습니다. 우리정부는
순서를 바꿔 먼저 이산가족을 만나게 한 뒤에 금강산회담을 열자고 제안해 이를 관철시켰습니다. 그러나 북측으로선 이산가족 상봉이후 금강산회담에 진전이 없을 경우 건질게 없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결국 이산상봉을 지렛대삼아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압박전술에 나선 것입니다. 또 그동안 일련의 남북대화에서 북한이 끌려왔다는 측면이 내부반발에 부닥쳤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협상파의 입지가 좁아지고 강경파의 입김이 작용해 상봉연기를 택했다는 것입니다.
북측은 앞으로 상봉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여러 채널의 남북대화에서 주도력을 쥐겠다는 계산임이 확실해 보입니다. 우리정부 역시 그동안의 원칙적 대응을 유지한다는 의지가 확고합니다. 아울러 북한 영유아, 취약 계층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이산상봉의 명분을 살려간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재개된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습니다.
이익이 확실한 곳은 건들지 않겠다는 뜻이고,.그만큼 금강산관광에 집착할 것입니다. 문제는 고도의 인도적 행사인 이산상봉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남북대화는 어느 경우든 남쪽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북쪽이 다시 공을 남쪽에 넘겼지만 스스로 깎아내린 신뢰를 회복하는 건 그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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