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배, ‘토리노 노골드 악몽’ 완벽 탈출?

입력 2013.10.01 (07:25)

수정 2013.10.01 (07:31)

올해 양궁 세계선수권대회의 관전포인트 하나는 올림픽 챔피언 기보배(25·광주광역시청)가 중압감을 떨쳐낼 수 있을지 여부다.

기보배는 직전 세계선수권대회이던 2011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를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과 함께 마무리했다.

그는 당시 어린 나이에도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선수이자 에이스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월드컵 같은 국제대회에서 승승장구해 의욕이 높았음에도 참담한 결과를 얻었다.

여자부 예선에서 1위로 본선에 안착했으나 첫 판인 32강전에서 어이없이 패배하고 말았다.

동료 정다소미, 한경희도 8강전에서 나란히 탈락해 한국은 개인전 노메달에 그쳤다.

한국 여자 양궁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노메달에 그친 것은 1981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었다.

여자부의 굴욕은 단체전 동메달 획득과 맞물려 더 거대한 참사로 증폭되고 말았다.

한국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에서 노골드에 그친 것은 1985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30년 만의 개인전 노메달, 27년 만의 노골드는 '토리노의 굴욕'이나 '궁치일(弓恥日)' 같은 어구로 지면을 장식했다.

기보배는 쓰나미처럼 닥친 충격에 흔들렸으나 이를 악물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살아남아 이듬해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러고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의 텃세 때문에 끊어진 여자 개인전 금맥을 자기 손끝으로 다시 이었다.

한국은 박성현이 베이징 대회 결승전에서 중국 관중의 악성 응원전 때문에 장쥐안쥐안(중국)에게 져 올림픽 여자 개인전 7연패에 실패했다.

기보배는 런던올림픽 개인전에서 우승하자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당한 수모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실패 뒤에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며 "이제야 양궁 선배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보배는 2년 만에 다시 찾아온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굴욕을 완전히 털어내기 위해 새로 마음을 다잡았다.

일단 출발은 호쾌했다.

기보배는 9월 30일(현지시간) 열린 여자부 대진 라운드를 1위로 마쳐 1, 2회전을 건너뛰고 32강전에 직행했다.

그러나 예선 1위를 차지하고도 토너먼트 첫 판에 무너진 토리노 대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

기보배는 "토리노 대회 때는 처음으로 나서는 세계선수권대회라서 많이 긴장했다"며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욕심을 부려서는 될 것도 안 된다"며 "경기를 즐기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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