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궁 멘토로 나선 남한 장영술 감독

입력 2013.10.01 (07:31)

수정 2013.10.0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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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선생님한테 기합 좀 받을래?" "오늘은 기합 좀 받아야 할 것 같습네다."

장영술 한국 양궁 총감독은 9월 30일(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대진 라운드가 끝나자 북한 여자 선수들을 타박하기 시작했다.

장 감독의 손에는 여자부 대진 라운드에 참가한 선수 115명의 순위가 담긴 태블릿 PC가 들려 있었다.

북한 여자 선수들 앞에 모이자 전체 순위를 1위부터 아래로 술술 쓸어올렸다.

한참을 지나도 북한 선수들의 이름이 나타나지 않았다.

"몇 등을 한 거야? 왜 이렇게 안 나와?"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까무러치겠습네다."

70위권에 이르러서야 류은향(70위), 강은주(77위), 최성희(78위)의 이름이 나타났다.

장 감독은 이들 선수를 개인전 토너먼트 16강 또는 8강까지도 오를 능력이 있는 선수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들 선수가 이날 대진 라운드에서 하위권으로 처진 것이 못내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북한 선수들이 "훈련 때 1천320점은 쏘았다"고 항변하자 장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장 감독이 "훈련 때와 달리 오늘 왜 1천260∼1천280점에 머물렀는지 아느냐"고 묻자 북한 선수들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환경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 큰 대회에 나설 때 지닐 마음 자세 등 원래 지닌 경기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기법에 대한 교육이 이어졌다.

북한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 감독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경청했다.

한민족은 활을 잘 쏘는 동이족(東夷族)으로 불리지만 남·북한 양궁의 실력 차는 크다.

한국은 작년 런던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세계 최고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북한은 선수들의 기본기가 있지만 선진 기술이나 첨단장비에 대한 투자가 늦어져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에서는 한선희가 1975년 스위스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최근에는 권은실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개인전 4위에 올라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장비를 국산화하지 못한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산 '삼익', '윈앤윈', 미국산 '호이트' 등을 사용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여자부 3명, 남자부 1명 등 4명을 출전시켰다.

북한 선수단 관계자는 "선수들의 최종 목표는 올림픽"이라며 "올림픽을 준비할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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