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자녀교육을 위해 가족을 미국에 보내고 외롭게 혼자 살던 기러기 아빠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발견된 유서에는 몸과 정신 건강을 모두 잃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계현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53살 이 모 씨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어젯밤 9시 40분쯤.
친구가 빌라를 찾았을 때 불은 켜져 있었지만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음성변조) : "친구가 4일 전부터 계속 연락을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고 창문은 테이프로 봉해져 있는"
경찰이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자 이 씨는 방안 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주변에는 타다 만 번개탄이 놓여있었습니다.
이 씨가 15년 전부터 살아온 빌랍니다.
가족이 미국으로 떠난 뒤에도 이씨는 이곳에 계속 머물렀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혼자 사셨죠. 배달 음식 혼자서 시켜 드시고."
발견된 유서에는 몸과 정신 건강을 모두 잃었고, 가족과 모든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부인은 4년 전 두 아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상황.
전기기사로 일하던 이 씨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반복된 실직으로 형편이 넉넉치 않았습니다.
아내는 미국에서 식당일로 생활비를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유족(음성변조) : "일자리가 제대로 잘 안되니까. 항상 힘들다 뭐 어렵다 이런 등등."
정부가 추산하는 전국의 기러기 아빠는 50만 명.
지난 3월에도 대구에서 가족을 미국으로 보낸 50대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계현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