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 캐나다 캘거리는 기록의 산실

입력 2013.11.10 (11:11)

수정 2013.11.10 (11:12)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에게 두 번째 세계신기록을 허락한 '약속의 땅'은 또 캐나다 캘거리였다.

이상화는 10일(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의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에서 36초74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이상화가 올해 1월 종전 세계기록(36초80)을 작성한 경기장도 같은 곳이었다.

캘거리 올림픽 오벌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오벌과 함께 세계 기록의 산실로 불리는 경기장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세계기록 목록을 살펴보면 모두 캘거리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팀추월을 포함한 14개의 남녀 주요 종목의 세계기록 가운데 7개가 캘거리에서, 7개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나왔다.

이상화가 신기록을 세운 여자 500m의 기록 추이를 보면 2000년대 들어 나온 9개의 세계기록 가운데 6차례가 캘거리에서, 3차례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작성됐다.

이상화의 세계신기록도 모두 캘거리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나왔다.

2005년과 2007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세 차례 주니어 500m 세계기록을 세웠고, 올해는 캘거리에서 두 차례 시니어 500m 신기록을 만들었다.

두 곳은 선수들이 기록을 작성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먼저 캘거리 올림픽 오벌은 해발 1,034m에, 솔트레이크시티 오벌은 해발 1,425m의 고지대에 각각 자리 잡고 있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피드스케이팅은 전신 수영복처럼 공기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특수소재 전신 경기복을 입고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정도로 공기 저항에 민감한 종목이다.

고지대라 상대적으로 공기 밀도가 낮아 저항을 덜 받는 만큼 캘거리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

특유의 건조한 날씨도 빙질에 영향을 준다.

습도가 높으면 얼음판에 성에가 많이 끼고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는 반면 건조한 곳에서는 빙판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

철저히 깨끗하게 관리한 물을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얼음을 만들 때 이물질이 적은 순수한 물을 이용하면 분자들이 잘 엉겨붙어 매끈한 빙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장의 실내 온도도 중요하다.

빙판의 온도는 보통 영하 11도 정도이지만, 경기장 온도가 높으면 그 표면이 자연스럽게 녹아 스케이트가 훨씬 잘 미끄러진다.

그러나 너무 녹으면 빙판이 쉽게 파이기 때문에 오히려 마찰이 심해지므로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경기력을 끌어올리기에 가장 이상적인 실내 온도는 15~16도 정도라고 한다.

캘거리는 섭씨 16도 정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날듯이 빙판 위를 질주할 수 있다.

이런 조건들이 결합해 캘거리와 솔트레이크시티는 선수들이 "속도가 너무 잘 나와서 때로는 겁이 날 지경"이라고 말할 정도로 속도를 붙이는 데 최적의 환경을 만들었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매년 여름 캘거리에서 전지훈련을 치러 농담 삼아 '제2의 태릉'이라고 부를 만큼 빙질에 친숙하다.

좋은 환경과 익숙한 편안함이 결합하면서 찾아온 기회를 이상화가 놓치지 않고 두 번째 세계신기록을 만들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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