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석유 만드는 돌’의 나라

입력 2013.12.28 (08:23)

수정 2013.12.28 (08:54)

<앵커 멘트>

우리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는 산유국가들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세계적인 산유국 하면 먼저 중동 국가들이 떠오르실 텐데요, 그런데 발트 해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도 산유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지금 화면에 나오는 돌은 석유를 추출할 수 있는 셰일 암입니다.

추출비용이 비싸고 기술 개발이 더뎌 그동안은 외면 받아왔었는데요. 고유가 시대 다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최고 추출 기술을 보유한 에스토니아를 김도영 순회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에스토니아 북동부의 공업 도시 코흐틀라-예르베, 광산 개발이 활발했던 러시아 식민 시절 전성기를 누린 곳입니다.

시청 앞, 도시를 상징하는 조각상도 광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독립과 함께 찾아온 오랜 침체기, 광산은 사양 산업이 상징이 됐습니다.

인구는 줄었고 도심 건물들은 주인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대형 상가에는 다시 젊은이들이 북적이고 새로 지은 공장도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예브게니 솔로요프(코흐틀라-예르베 시장) : "새 단지 한 곳은 이미 가동을 시작해서 셰일 오일을 생산 중이고 2단지는 건설 중입니다."

오일 셰일은 원유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암석입니다.

돌에 불이 붙는 모습을 보실 수 있는데요, 고열을 가해 석유를 뽑아 낼 수 있고 이렇게 추출된 기름을 셰일 오일이라고 부릅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세계 130여 곳에 광산이 있습니다.

어려운 추출 기술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고 환경오염 문제도 있어 오일 셰일은 그동안 주요 자원으로 취급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에너지 시장은 다시 이 갈색 암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은 채굴 가능한 오일 셰일 매장량을 3,450억 배럴로 추정합니다.

현재 전 세계 하루 석유 소비량이 9000만 배럴 가량이니 전 세계가 꼬박 10년을 쓰고도 남는 양입니다.

비싼데다 국제 정세에 따라 요동치는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겁니다.

취재진은 에스토니아 최초의 오일셰일 광산으로 향했습니다.

최고 깊이 30미터, 축구장 세개 넓이의 광산에는 전통 채굴 방식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광부 : "이 곳은 중앙 이동 통로입니다. 이 통로를 통해서 채굴된 오일셰일이 남쪽까지 이동했습니다."

셰일 암 속에 유기물 층을 한 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곳은 지하 10미터 갱도 안 입니다. 60여년동안 채굴작업이 이뤄져 왔는데요, 최근 오일셰일 산업이 재조명 되면서 에스토니아 정부는 새로운 광산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세계가 오일셰일에 주목하는 만큼 광산에 대한 보안은 철저합니다.

취재진은 장시간의 설득 끝에 올해 문을 연 최신 광산 일부에 대한 촬영 허가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니콜라이 말르셰프(VKG광산 직원) : "1972년에 마지막 광산이 만들어졌습니다. 40년이 지나서야 새로운 광산이 만들어진 겁니다. 여긴 예전에 늪지대 였죠"

수십 미터 지하에서 캐낸 셰일 암 1차선별 작업이 자동으로 이뤄지고, 13km 가까운 컨베이어 벨트로 가공 공장까지 운반됩니다.

하루 만 5천 톤의 오일셰일이 채취됩니다. 이렇게 채굴된 오일셰일로 에스토니아는 전력량의 95% 이상을 자급자족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선박용 연료 등으로 수출됩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한해 채굴량을 2천 만 톤 이하로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인터뷰> 트니스 메리스테(에스토니아 에너지국장) : “국내 자원을 얼마나 사용해야 하는지 정부는 지침을 정합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지요!”

정부는 대신 가공 기술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백여 년 전 이미 오일셰일 연구를 시작한 탈린공과대학, 원유의 질을 높이고 추출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연구가 한창입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지속돼 온 오일셰일 연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유 추출 기술로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석유화학 제품 연구에 대한 지원이 대폭 늘었습니다.

<인터뷰> 잉고 발그마(탈린대 광산자원학과 교수) : "오일셰일이 지닌 중요한 가치가 다양한 화학적 요소가 함축돼있다는 겁니다. 가공에 필요한 원재료를 추출할 수 있고 기름도 만들 수 있죠"

추출 기술 발전으로 생산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면서 2035년까지 세계 셰일오일 생산량이 1400만 배럴에 이르며 세계 총 석유 공급량의 12%를 차지할 거란 예상입니다.

오일셰일 개발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는 환경오염 문제입니다.

수백 미터의 광산을 파면 땅이 손상되고 생태계는 파괴됩니다.

가공 과정에서는 인체에 치명적인 페놀 등이 녹아 있는 폐수가 다량 발생합니다.

2010년 유럽연합에 가입한 뒤 한층 까다로운 환경 보호 기준을 만족시켜야 했던 에스토니아 정부는 환경 규제를 유럽 최고 수준으로 강화했습니다.

기업들의 불만이 속출하자 대신 복원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우선 채굴이 끝난 광산을 숲으로 복원합니다.

야생 동물이 다시 돌아올 수준의 '완벽한 복원'을 목표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르구스 펜사(탈린대 환경복원 교수) : "지리학자들이 모여 숲을 다시 조성하고 진흙을 붓는 등 다양한 재생방식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폐수는 화학공장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고안했고 환경 기준에 맞는 물로 정수할 수 있는 시설을 확충했습니다.

환경 종합 허가제를 도입해 공무원들이 모든 사업장에 현장 감사를 실시하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페프 위르만(환경청 책임연구원) : "(업체들이) 지정 기술을 제대로 사용했는지 약속을 이행하고 있는지 기준에 적합한지를 해마다 전부 감사합니다."

비용과 환경 문제가 해결되면서 오일 셰일의 잠재적 가치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셰일오일 산업의 미래에 한국도 재빨리 위치를 선점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인터뷰> 잉고 발그마(탈린대 광산자원학과 교수) : "한국 광산 개발 기술이 상당히 발전해있습니다. 기계와 장비 생산 업체들이 함께 기술 발전과 제휴 등이 가능할 것입니다."

각국의 경쟁은 치열합니다.

호주는 우리나라 1년 예산의 650배인 2경 3천조 원의 가치가 있다는 오일 셰일 광산을 찾아냈고 일본도 지난해 이미 동해 인근에서 셰일 오일 첫 시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새로운 산유강국을 노리는 에스토니아에는 중국과 요르단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신 에너지 혁명이라고 불리는 오일셰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 변화를 주시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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