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프랑스의 문화재 복원법

입력 2013.12.28 (08:31)

수정 2013.12.28 (13:58)

<앵커 멘트>

문화의 나라 프랑스에서 복원 중인 불에 탄 한 도시의 작은 성입니다.

복원이 뭐 그리 어려울까? 라는 생각도 있는데 복원하는데 무려 20년이 걸리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새로 복원된 숭례문 단청색이 떨어지는 등 곳곳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겨서 부실 복원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우리로선 부럽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합니다.

우리보다 문화재 복원 경험도 많을 테니 나름대로의 복원 기준이 있겠지요?

문화재 복원에는 지름길이 없다 그래서 복원 전문가를 키우는 교육기관이 있다 이 두 가지가 복원의 기준이자 원칙이랍니다.

박상용 파리 특파원이 프랑스의 깐깐한 문화재 복원법을 배우고 왔습니다.

<리포트>

2003년 1월. 시뻘건 화염이 프랑스 로렌 지방의 한 작고 조용한 도시를 휘감습니다.

거센 바람을 타고 불이 번지면서 성의 지붕은 금세 뼈대를 드러냅니다.

소방관들의 진화에도 성의 3분의 2가 불에 탔습니다.

18세기에 세워진 이후 3백 년 이상을 함께 해 온 성이 불에 타 무너져 내리는 모습에 시민들은 충격에 빠집니다.

<인터뷰> 끌로쓰(당시 뤼네빌 시장) : "이 성은 뤼네빌 시의 상징입니다. 불에 탄 모습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도시 주민들은 그날 밤을 잊지 못합니다.

<인터뷰> 부르켈(주민) : "도시를 대표하는 가장 큰 문화 공간이었기 때문에 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성 한쪽 면에 복원 작업을 위한 비계를 만들어 놨습니다.

성의 벽면과 창틀 등을 복원하기 위한 설비입니다.

성 맨 꼭대기에선 새 지붕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한 장씩 얹어 모양을 맞추는 방식으로 우리기와 방식과 흡사합니다.

불에 탄 성을 복원하는데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성이 지어진 18세기 당시 건설 자료를 찾아 그 방식대로 복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 설계도에 따라 기와 한 장, 한 장 씩 수작업으로 이렇게 자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라바이에(복원공사 총책임자) :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전통 방식으로 장인 정신을 살려 일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새 기술은 최소화 합니다."

복원 완료 목표는 2023년.

꼬박 20년이 걸리는 셈입니다.

이제 그 절반이 지났을 뿐입니다.

이 방은 10년 전 불에 탄 그대로입니다.

10년 동안 왜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을까?

지하 수장고를 보고서야 의문이 풀렸습니다.

화재 당시 불을 끄기 위해 뿌린 물에 흠뻑 젖은 나무문과 창틀이 보관돼있습니다.

원래 모습이 변형되지 않도록 틀에 끼워 10년 째 말리고 있습니다.

복원 공사에 쓰기 위해서입니다.

<녹취> 라바이에(복원공사 총책임자) :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이 원래 자리에 들어가 복원될 겁니다. 창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마른 나무문에선 오랜 세월 동안 고쳐진 흔적들, 바로 성의 역사가 발견됩니다.

<녹취> 라바이에(복원공사 총책임자) : "페인트를 여러 겹 칠한 흔적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복원팀은 지난 10년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10년도 느리지만 정확히 진행하겠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카이요(복원 전문 건축가) : "복원 공사와 이 성을 재탄생 시키는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작은 도시의 이름 없는 성의 복원에도 20년을 투자하는 저력은 어디서 나올까?

문화재 복원 실습이 한창인 이곳은 파리 근교 국립문화재학교입니다.

전체 5년 과정 중 첫 2년은 미술사와 복원 윤리 같은 이론 교육이 중심이 됩니다.

인문적 바탕이 마련된 뒤에야 비로소 문화재를 다룰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페이에(INP 복원담당 책임교수) :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새로 똑같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부분을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후 섬유, 가구, 회화 등 각 분야로 나눠 전문적인 수업이 진행됩니다.

루브르 박물관에 자리 잡은 프랑스 국립문화재복원 연구센터.

가구 복원 작업실입니다.

종전까지 일반적인 자개 가구 복원은 이렇게 사포로 문질러 작업을 마무리해왔습니다.

그러나 가구 자체의 마모 때문에 작업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연구센터에서 5년 연구 끝에 가구에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풀을 개발했습니다.

가구에 풀을 바르고 종이를 얹은 다음 또 그 위에 풀을 바르고 10분 뒤 떼 내는 방식입니다.

작업 전후가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인터뷰> 토마(C2RMF 큐레이터) : "옛날 전통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복원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복원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화재 강국이라는 유럽 각국은 1960년대 이미 문화재 복원의 기준이 되는 국제 협약을 마련했습니다.

<인터뷰> 그로스(프랑스 국립문화재학교 총장) : "문화재 복원은 다양한 분야가 결합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문화재 복원 전문가는 역사가이면서 화학자, 물리학자이자 동시에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문화재가 갖고 있는 역사성과 예술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문화재 복원은 바로 이 질문에 대답해가는 과정이라고 프랑스 사람들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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