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과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이 라이벌 시대 2막을 올렸다.
김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5일 삼성화재를 세트 스코어 3-1로 누르고 2013-2014 시즌 중간 순위 1위로 올라섰다.
탐색전이 펼쳐진 1라운드 막판부터 줄곧 선두를 질주하던 삼성화재는 리시브 불안과 왼손 주포 박철우 공백을 절감하고 2위로 내려앉았다.
세 시즌 연속 대한항공에 밀려 만년 3위로 추락한 현대캐피탈은 돌아온 승부사 김호철 감독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다시 삼성화재와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명예를 회복했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양강 체제의 복원은 곧 신치용 감독과 김호철 감독의 맞수 대결 2탄을 뜻한다.
삼성화재와 우승을 주고받다가 신 감독에게 2008-2009시즌, 2009-2010시즌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무릎을 꿇은 데 이어 2010-2011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또 패해 2011년 5월 현대캐피탈 사령탑에서 물러난 김 감독은 이후 TV 해설위원과 드림식스 감독을 거쳐 올 시즌 다시 '친정'에 복귀했다.
세계적인 공격수 리베르만 아가메즈(콜롬비아), 문성민이라는 양쪽 날개를 달고 팀 재건과 더불어 우승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김 감독은 호화 진용을 앞세워 이번 시즌 삼성화재에 2승(1패)을 거두며 '설욕'에 시동을 걸었다.
김 감독은 "마음을 비우고 왔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1위를 하게 됐다"며 "올 시즌 삼성화재에 2연승을 거둔 자신감, 1위로 올라간 자신감이 선수들에게 앞으로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경기 초반에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 기를 꺾은 것이 주효했다"며 "왼쪽 무릎을 수술하고 돌아온 문성민이 100% 제 컨디션이 아님에도 부상 악몽을 떨쳐 내고 끝까지 뛰어줘 팀 사기를 올렸다"고 승인을 짚었다.
김 감독은 예년만 못한 삼성화재 리시브 덕분에 경기를 한결 수월하게 풀어가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삼성화재에서 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한) 리베로 여오현에게 한 번 물어봐야겠다"며 비시즌 때 전력 보강 작업을 통해 상대 수비를 약화한 사실에 뿌듯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1위로 올라섰지만 다른 팀이 우리를 가만두겠느냐"며 "욕심 내지 않고 내실을 다지도록 노력하겠다"며 1위의 기쁨 대신 신중한 태도로 기자회견장을 나섰다.
이에 반해 현대캐피탈에 선두를 내준 신치용 감독은 여유 만만한 표정을 내보였다.
그는 "현대캐피탈은 꼭 우승을 해야 하는 팀 아니냐"고 반문한 뒤 ""2위로 내려앉아서 도리어 편하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서브 리시브가 잘 안돼 패했지만 충분히 다음에 현대캐피탈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전력에서 밀릴 게 없다는 점을 내심 강조했다.
신 감독의 고민은 여오현의 이적과 석진욱의 은퇴로 생긴 수비 불안에 있다.
"답답할 정도로 리시브가 안된다"는 그는 이강주, 김강녕 등 두 리베로의 수비 실력을 키워 현대캐피탈을 잡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 감독의 사위이자 팀의 오른쪽 날개로 왼쪽 새끼손가락을 다친 박철우는 1월 말 또는 2월 초께 코트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