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은 연패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번 시즌에 우리는 벌써 한 번 당했단 말입니다."
여자 프로배구 선두를 질주 중인 IBK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은 5일 KGC인삼공사를 3-0으로 완파한 뒤 "작년보다 나을 게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25승 5패로 1위를 차지할 때 연패를 피했지만 올 시즌 초반 도로공사, 인삼공사에 거푸 잡혀 벌써 3패(12승)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감독의 '엄살'과 달리 기업은행은 작년보다 나아진 실력을 선사하며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향해 순항 중이다.
기업은행은 이날 올 시즌 두 번이나 패한 인삼공사를 상대로 대전 방문경기에서 첫 승리를 거두고 징크스를 끊었다.
주포 카리나 오카시오, 김희진, 박정아 삼각 편대는 물론 유희옥, 채선아까지 무려 5명의 선수가 공격성공률 40% 이상을 올리며 득점을 주도했다.
팀 공격성공률 30%를 밑돈 인삼공사가 당연히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이 감독은 "1,2세트는 정말 완벽에 가까웠다"며 "대전에서 당한 2패를 설욕해 후련하고 이 리듬을 꾸준히 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기업은행은 올 시즌 15경기에서 단 15세트만 내줬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경기당 평균 1세트만 잃은 것으로 기업은행은 세트 득실률(2.667)에서 남녀 13개 구단을 통틀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카리나(공격 점유율 36.7%), 김희진(22.4%), 박정아(24.5%)의 공격 황금 분할은 용병 의존도가 높은 다른 팀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 감독은 알레시아 리귤릭(우크라이나)에서 카리나로 용병을 바꾸면서 작년과 비교해 배구 스타일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면 거의 모든 볼을 알레시아에게 주는 경우가 많았으나 올 시즌에는 김희진과 박정아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포지션을 바꾸는 등 변화를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가 카리나가 라이트를 꿰차고 김희진과 박정아가 전위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기업은행은 2라운드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흥국생명에서 뛰던 2009-2010 시즌 이후 4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은 카리나는 해결사이자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감독은 "'공주' 스타일이던 알레시아와 달리 카리나는 남다른 훈련 태도로 팀에 잘 녹아들었다"며 "알레시아의 개인 기량이 나을 수 있으나 팀 전체 질서나 분위기 유지 측면에서는 카리나가 훨씬 낫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 감독은 "어느 팀 하나 만만하게 볼 상황이 아니다"라며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 2위권과 승점 차를 더 벌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