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산사의 유혹, 도심에서 빠져들다

입력 2014.01.25 (11:56)

수정 2014.01.2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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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산사. 적막한 가운데 은은한 풍경소리. 졸졸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가부좌를 튼 채 명상에 잠긴 사람들. 사찰 체험, 이른바 '템플스테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복잡한 세속을 떠나서 피안의 세계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 체험 때문에 템플스테이는 10년 새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도심 속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한다? 많이 어색해 보였습니다. 대도시 가운데 많은 신도가 찾는 사찰, 거기서 속세를 떠난 느낌을 과연 얻을 수 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서울 양천구에 자리잡은 대한불교조계종 국제선센터를 찾았습니다. 여성 승려인 천조 스님은 임신부를 위한 하루 출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령 출산과 맞벌이가 늘면서 임신부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됩니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한 임신부도 늦은 나이에 바라던 아기를 겨우 임신했습니다. 그저 건강하게만 태어나기를 원하는데, 그런 걱정으로 인한 불안한 심리상태가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 않을까…. 한 번 시작된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임신부가 도시를 떠나 여행을 하기는 쉽지 않은 일. 그래서 불자가 아닌 임신부들도 선뜻 이 도심 속 템플스테이에 참여했습니다.

임신부는 도심에 자리 잡은 이 사찰에서 스님의 말을 듣고 명상을 합니다. 또, 연꽃을 만들고 다도 체험을 하면서 조용한 절 생활을 경험합니다. 특히 뱃속 아기와 함께 하는 명상은 지켜보는 것만 해도 신비롭습니다.

이곳에는 중고등학생을 위해 영어로 진행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외국인 수행자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해 템플스테이 기간 영어로 생활하게 됩니다. 인기 도심 공간에서 자원봉사로 이루어지는 영어 템플스테이는 일반 영어 캠프에 비해 비용이 크게 저렴합니다. 성적을 나누고 경쟁을 시키는 캠프가 아니라 구별이 의미가 없다고 가르치는 불가인 만큼 스트레스도 적겠죠.


▲ 천조 스님/조계종 국제선센터 

천조 스님은 템플스테이의 목적이 불교 신앙을 전파하는 게 아니라 불교가 속인들의 삶을 돕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도심 템플스테이는 수련 자체의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불가에서는 호흡법이나 명상법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것으로 익히는 게 어렵습니다. 각자의 집에서 멀지 않고 분위기도 닮은 도심 속 사찰이라면 집에 돌아가서도 수련을 반복 숙달하기 쉽다는 겁니다.

서울 도심에 자리 잡은 대표적인 사찰인 조계사도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재를 둘러보고 동짓날 경단 빚기 같은 전통문화 체험도 할 수 있는 기회라 인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대도시에는 생각보다 큰 사찰이 많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저마다 특색을 살린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 한 번쯤 체험해보고 싶은데 멀리 떠나기가 부담스러워 망설였다면 집 근처 사찰부터 한 번 살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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