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가방, 금요일 그리고 5월

입력 2014.01.28 (11:52)

수정 2014.01.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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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졸거나 음악을 듣거나 또는 전화를 받다가 선반 위에 놓아둔 소지품을 깜빡 잊고 내리신 경우가 있으신가요? 시민들이 서울 지하철에서 잊고 내린 소지품, 지난해가 가장 많았습니다. 1987년부터 서울 지하철에서 유실물 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유실물 접수 건수가 11만 2천 건을 넘었습니다. 전년과 대비해 11%나 증가한 겁니다.

시간으로 따져보면 하루 306개 정도입니다. 24시간 내내 지하철이 운영된다고 쳐도 5분에 하나씩 유실물이 발생하는 것이죠. 수치 자체만 놓고 보면 '서울 지하철 유실물 사상 최대'라고 걱정할 만 한데요, 서울 지하철의 수송분담률과 연관해 분석해 보면 그리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닙니다. 승객들이 물건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갑자기 많아진 게 아니라 지하철 승객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잃어버린 물건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겁니다.

어쨌든 유실물이 5분에 하나씩 생긴다면, 잃어버린 사람도, 보관하고 돌려줘야 할 지하철 운영주체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언제 어떤 것들을 잘 놓고 내리는지 알아두면 분실 예방에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지하철에서 가장 많이 놓고 내린 소지품 1순위, 바로 가방이었습니다. 유실물 가운데 23%, 거의 4개 중 1개꼴입니다. 2순위는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가전제품이 차지했고, 의류와 지갑이 뒤를 이었습니다.

요일별로는 술자리 등 야간 활동이 많은 금요일에 유실물이 가장 많았고, 의외로 월요일이 다음 순위였습니다. 월별 통계를 보면 특히 날씨가 나른하고 화창해지는 5월에 유실물이 대폭 증가했습니다. 5월에는 지하철 탈 때 소지품을 각별히 챙기셔야겠습니다.



이렇게 잃어버린 유실물들은 6개월 동안 유실물 센터에서 보관합니다. 6개월 동안 찾는 사람이 없는 물품은 복지단체에 기증됩니다. 지난 한해 이렇게 기증된 옷과 가방 등이 만6 천여 개나 된다고 합니다. 현금이나 반지, 시계 등 귀금속은 통상 일주일 정도 지나 찾는 사람이 없으면 경찰에 넘기고, 경찰도 주인을 찾아주지 못 하면 국고에 귀속합니다.

서울시내 지하철 1호선에서 9호선에는 시청역과 충무로역, 왕십리역과 태릉입구역, 동작역까지 모두 5곳에 유실물 센터가 있습니다. 지하철에 물건을 놓고 내렸을 때는 하차 시간과 열차 칸의 위치 등을 기억해 가까이에 있는 역을 찾거나 역무원에게 문의하면 잃어버린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교통카드를 많이 사용하시죠? 교통카드를 조회하면 승. 하차 시간을 알 수 있다고 하니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다행히 유실물을 찾는 비율도 계속 늘어서 지난해 10명 가운데 8명 정도가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찾았습니다.

취재 도중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가짜' 유실물도 끊이지 않고 나온다고 합니다. 상자 안에 온갖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얌체짓 말입니다.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장소에 양심을 버리는 일도 있어서는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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