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상가 권리금, 이제는 법의 영역으로 ②영업권

입력 2014.03.04 (10:53)

수정 2014.09.2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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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영업권 5년 보장'의 의미는?

표준계약서 도입 방침과 함께 정부가 내 놓았던 대책이 '영업권 5년 보장'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영업권 5년 보장'인데 사실 좀 설명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현재의 상가 임대차 보호법은 임차인이 계약 연장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정당한 이유없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임차인의 계약 갱신권인데, 법에서 정한 이 권리의 보호기간이 5년입니다.



그런데, 중간에 상가 주인이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물을 매매한다거나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때도 서울 기준으로 환산 보증금이 4억 원 이하인 상가라면 '영업권 5년'은 보장됩니다. 매매 계약으로 새로운 건물주인, 상가주인이 된 사람도 해당 상가가 환산 보증금 4억 원 (서울 기준)이하 상가라면 임차인의 계약 갱신권을 받아들여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건물 주인이 바뀌어도 임차인의 5년 계약 갱신권이 보호되는 것, 이것을 임차인들의 '대항력'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환산보증금이 4억 원이 넘는 상가들입니다. 환산보증금이 4억 원이 넘는 상가는 5년 계약 갱신권 등 일부를 제외하고선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4억 원이 넘는 상가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지 않고 민법을 적용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환산보증금이 4억 원이 넘는 상가의 경우 건물 주인이 바뀌면, 임차인이 대항력을 가질 수 없고 건물주의 퇴거 명령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환산보증금 4억 원 이하라고 하니까 어느 정도 되는 상가인지 선뜻 이해가 안 되시지요?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에다가 월세액에 100을 곱한 액수를 더한 돈입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1억 원에 월세가 300만 원이라고 하면 환산보증금이 4억 원이 되는 것입니다.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300만 원, 또는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200만 원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 환산 보증금 4억 원은 그리 큰 액수가 아닙니다. 서울시내에 목 좋다고 하는 지역의 웬만한 상가들은 다 이 액수를 훌쩍 넘어섭니다. 그런 상가의 세입자들은 건물주가 바뀌고 바뀐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합니다. 민법상 그렇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 엄청 억울할 수밖에 없지요. 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5년을 생각해서 인테리어 비용 등을 투자한 건데,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는 데다가 자신이 임차를 시작할 때 전 임차인에게 줬던 권리금도 회수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상가 권리금 분쟁의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입니다.



정부의 방침은 임차인들의 '대항력'을 환산보증금 4억 원 이상의 상가 세입자들에게도 주겠다는 겁니다.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취지이지요. 이렇게 된다면, 앞으로는 모든 상가 세입자들이 건물주가 누구로 바뀌든 기본적으로 5년 영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표준계약서 도입 등으로 '권리금'을 법의 영역 안으로 갖고 들어오고 모든 임차인에게 대항력을 부여함으로써 '영업권 5년'을 보장하는 것, 이게 상가 권리금 보호를 위한 정부의 방침 중 핵심적인 2가지입니다.

여기까지 이해되시면, 이런 의문이 드실 겁니다. 그렇다면 5년이 지났을 때는 권리금이 소멸되는 것인가? 5년이 지난 뒤 계약 갱신이 되지 않고 임대인이 가게를 비우라고 할 경우 권리금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 부분은 현재로서는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 놓을 수가 없습니다. 임차인의 생각이 다르고 임대인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으로 정해진 바도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사람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대체적으로 인테리어 비용 등에 지출한 시설 보강 금액은 5년 영업권 보장으로 소멸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 정도 영업 기회를 줬으면, 시설 투자에 들어간 비용만큼은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겠죠. 그러나, 영업권에 대한 권리금은 5년이 지나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리해 보겠습니다. A가 前 임차인에게 권리금으로 1억 2천만 원을 줬고 2억 원을 들여 시설 보강을 했다면, 5년 영업으로 시설 투자 비용 2억 원은 회수됐다고 보지만 권리금 1억 2천만 원에 대한 회수 기회는 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임대인은 물론 임차인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세입자들은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는 데 영업권 5년 보장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나 본 상가 세입자 분들은 적어도 7년은 보장해 줘야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 주장은 업종과 위치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요. 또, 취재기자인 저로서는 실제로 상가를 빌려 영업을 해보지 않아서 정말 그런 건지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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