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퍼거슨 소요 주방위군 투입 ‘성급’ 자성론

입력 2014.08.20 (04:46)

수정 2014.08.20 (09:57)

소요사태가 진정되지 못하는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 주(州)방위군이 배치됐지만, 성급한 결정일 수 있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치안 전문가들은 19일(현지시간) 언론 기고문을 통해 결과적으로 주방위군이 소요 진정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처지에 놓였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주방위군 전문가인 마이클 더블러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주방위군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뭔가 다른, 더 강한 공권력이라는 인상을 줘야 한다"며 "이번 (퍼거슨) 사태에서 그 점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예비역 장교인 더블러는 이미 군과 유사한 장비를 갖춘 현지 경찰이 이미 군과 비슷한 인상을 사람들에게 주고 있었음을 거론하며 "이번 일이 주방위군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더블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주방위군이 투입됐다고는 하지만 제한적인 임무만을 부여받은 탓에 치안 회복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퍼거슨에 배치된 주방위군은 경찰의 현장 지휘소 보호를 주 임무로 삼고 있다.

최루탄과 고무탄은 물론 음향대포까지 동원하고 있는 현지 경찰과 달리, 주방위군에 소요 진압을 위해 어떤 장비가 지급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치안 문제에 군 병력을 사용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일단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 차원에서 주방위군 투입을 결정했기 때문에 주방위군이 경찰의 활동을 돕는 형태로 활동하는 일 자체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퍼거슨에 배치된 주방위군이 "제한적이고 적절한 방법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주방위군 투입이 "퍼거슨에서 상황을 호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방해가 되는지 앞으로 며칠 동안 지켜보겠다"고도 말했다.

치안 전문가들은 주방위군 투입이 이번 일을 진정시키는데 결과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과도한 무력 사용보다는 공권력에 대한 신뢰 회복이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지역의 주방위군을 지휘했던 러셀 아너레이 예비역 육군 중장은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를 통해 "퍼거슨에서 활동하는 경찰특공대가 시위 진압이 아닌 공격용 장비를 갖추고 맨 앞에 나서는 일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시위자가 총격을 가하기도 하고 시위대로부터의 위협도 발생하지만, 경찰은 공격이 아닌 군중 통제를 기본 전술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시애틀 경찰청장으로 일했던 놈 스탬퍼는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에서 "시애틀 전투라고까지 불렸던 1999년의 대규모 세계화 반대 시위 때 각종 장비를 동원했지만 결과적으로 긴장을 높여 더 큰 위험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스탬퍼는 "경찰과 시민 사이의 신뢰가 완전히 깨진 상태에서 어떤 방법으로 치안을 확립해야 할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경찰특공대 투입이 아닌 시민과의 신뢰 회복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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