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CIA 고문 보고서’ 비난 속출…테러 위협

입력 2014.12.11 (21:14)

수정 2014.12.11 (22:05)

<기자 멘트>

아프간에 주둔한 미군의 포로 수용시설 가운데 한 곳입니다.

아프간에는 이렇게 공개된 곳과는 다른 비밀 감옥이 있었고 그곳에서는 고문이 자행됐습니다.

수 십 곳의 비밀 감옥에서 자행된 미 CIA의 고문 실태가 공개되자, 후폭풍이 거셉니다.

인권 문제 대한 미국의 이중성에 세계 각국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호을 기자입니다.

▼‘CIA 고문 보고서 공개’ 일파만파▼

<리포트>

열악한 인권 상황을 이유로 줄곧 미국의 압박을 받던 G2, 중국이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미국의 행태가 인권 문제에 관해 이중 잣대를 적용한 것이라고 비난하며 미국은 국제법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녹취> 훙레이(중국 외교부 대변인) : "우리는 고문에 반대합니다. 미국은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핵문제를 놓고 미국과 적대 관계인 이란도 비난전에 가세했습니다.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 정부는 반인륜적 압제의 상징이 됐다고 조롱했습니다.

미국의 우방, 독일 역시 고문까지 동원한 건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질타했고, 아프간 정부는 자국민들이 비밀감옥에서 얼마나 희생됐는지 철저한 조사를 천명했습니다.

<녹취> 가니(아프가니스탄 대통령) : "우리 정부는 이같은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해 강력히 비난합니다"

지난 1994년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이미 가입한 미국.

때문에 고문에 가담한 CIA뿐 아니라 이를 기획하고 명령한 미국 정부 책임자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엔 인권기구들로부터 쏟아지면서 미국 정부는 사면초가에 몰렸습니다.

▼드러난 CIA 세계 비밀 감옥▼

<기자 멘트>

평범해보이는 감옥입니다.

하지만 비밀의 문을 열면 여느 감방과는 다릅니다.

CIA가 운영한 고문실을 재현한 건데요...

물고문에 사용했던 욕조가 보입니다.

한 구금자는 180차례 넘게 물 고문을 당했습니다.

눈부신 조명, 큰 소리가 나는 차가운 방에 가둬 놓고 감각을 이상하게 만드는 고문도 자행됐습니다.

미 CIA는 고문실을 세계 각국에 만들었습니다.

아프간, 이라크 등 9개국에서는 이같은 비밀 감옥이 상시 운영됐습니다.

고문이 가능한 시설은 전 세계에 마흔 일곱 개가 운영됐는데요.

유럽이 가장 많은 스물 한 곳 아프리카에 열 두 곳 아시아도 열 세 곳나 됐습니다.

미주 대륙인 캐나다에서도 고문소 한 곳이 있었습니다.

사실상 글로벌 고문 네트워크를 운용한 셈입니다.

비밀 감옥, 위장도 기본이겠죠?

루마니아 주택가에 있는 정부 문서보관손데요.

이 지하실이 바로 비밀 감옥이었습니다.

CIA는 고문 기술 개발에도 8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900억 원을 썼습니다.

10여 개의 고문 기술을 개발했는데 잔혹한 수법에도 유용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문 실태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세계를 무대로 대 테러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의 고민은 한층 깊어졌습니다.

워싱턴 이주한 특파원입니다.

▼미국, 대테러 전쟁 이중 부담▼

<리포트>

미국 민주당 정부는 고 문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CIA의 고문은 미국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데 이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쉬 어니스트 : "논란의 여지 없이, 도덕적 권위를 강화해야만 미국의 안전에도 도움이 됩니다"

'미국 수치의 날'이라며 미 언론들도 비판 대열에 일제히 가세했습니다.

혹독한 심문이 불가피했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인권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건 분명합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또 다른 테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CIA의 고문 실태가 폭로된 직후부터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운영하는 소셜 네트워크에는 고문을 참수에 비교하며 '미국에 대한 보복'을 선동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녹취> 미치 매코넬(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 "보고서 공개로 해외에 있는 미국민들, 미국 공관들이 위험에 처했습니다."

사실상 고문을 지원했다며 영국과 폴란드 등에도 비난의 화살이 쏠리면서 대 테러 전쟁에서 형성된 전략적 동맹 관계에도 균열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가뜩이나 갈길 먼 테러와의 전쟁에다 인권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미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이주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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