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고문, 정당화 될 수 없어

입력 2014.12.12 (07:26)

수정 2014.12.12 (07:55)

[이주흠 객원 해설위원]

미국상원이 공개한 CIA고문행위 보고서가 전 세계에 파문을 낳고 있습니다. 9.11사태를 겪은 부시 공화당 행정부 당시 테러 용의자 백여 명에게 자행한 고문실태가 의회 민주당의 주도와 오바마 대통령의 동의로 밝혀졌습니다. 미국인과 외국인의 인권에 대한 미국의 이중성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문은 잔혹했습니다. 극단의 육체적 고통을 가하고 공포감, 수치심을 불러일으켜 목적을 이루려한 인성파괴의 수법이었습니다. 보고서 공개에 대한 반향으로 미국은 미국적 가치의 훼손이라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보복을 우려하여 해외공관과 군사시설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습니다. 각국은 인권이 외교의 간판 격인 미국의 위선을 들먹이고 중국은 그런 입장을 공식화했습니다. 유엔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고 심문시설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 폴란드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습니다.

CIA는 더 이상의 무고한 미국인 피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했고 보고서 내용과 달리 성과도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미 고문을 금지한 오바마 대통령도 그렇게 말한 CIA책임자에 대한 신임을 천명하여 문책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9. 11은 일본의 진주만 기습에 의한 희생자 보다 많은 미국인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그만큼 미국이 받은 충격은 컸고 그래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에 대한 보복을 걱정한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수단입니다. 현대문명사회에서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세계 지도자를 자임하고 세계도 수긍하는 이유는 보편적 가치의 구현을 표방하고 그것을 위해 피 흘린 역사가 길기 때문입니다. 다른 국가들은 지난 과오를 시인하지 않고 덮으려하는데 역풍을 무릅쓰고 인정한 것도 미국이라서 가능했을지 모릅니다.

이번 일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무리 목적이 훌륭해도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수단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는 것입니다. 전 세계가 인권의 가치를 다시한번 상기하는 교훈으로 삼아야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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