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KE086편 항공기 블랙박스 분석에 착수했다.
14일 검찰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근수 부장검사)는 램프리턴(비행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 사태가 벌어질 당시 비행기에 탑재돼 있던 블랙박스를 지난 12일 수거해 외부기관에 복원을 의뢰한 상태다.
항공기 블랙박스에는 조종실음성녹음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 두 가지가 있다.
조종실음성녹음장치에는 당시 조종석에서 오간 대화 내용이, 비행기록장치에는 운항 궤적, 시간 등 관련 데이터가 기록돼 각종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규명해 줄 핵심 증거자료가 된다.
문제는 조종실음성녹음장치가 2시간마다 앞선 녹음 기록을 지우고 새롭게 덮어쓰도록 설계돼 있어 램프리턴 당시의 상황이 복원될 수 있는지 여부다.
게다가 KE086편은 '땅콩 리턴' 사태 후 바로 다음 항공 스케줄을 위해 이륙한 상태여서 검찰은 수사 착수 사흘만에야 블랙박스를 회수할 수 있었다.
검찰은 블랙박스가 성공적으로 복원되면 자료 분석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의 혐의를 상당 부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개 항공기 사고가 나면 블랙박스가 자동 정지돼 사고 당시 상황을 비교적 수월하게 재구성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경우가 조금 달라서 내부적으로는 복원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또 조 전 부사장 앞쪽에 앉았던 일등석 탑승 승객 박모(32·여)씨로부터 제출받은 모바일메신저 내용도 분석하고 있다.
박씨는 항공기가 리턴할 당시까지 기내에서 벌어진 상황을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실시간으로 친구에게 전했다.
검찰은 박씨가 논란이 불거지기 전 조 전 부사장의 신분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황에서 보낸 메시지인 만큼 또 하나의 객관적인 입증 자료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참여연대로부터 고발장을 제출받자마자 발 빠르게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소환 일정을 아직 잡지 못했다.
이는 당시 욕설, 폭행 등이 있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조 전 부사장이 이를 거듭 부인하고 있는 만큼 참고인 진술과 객관적 자료 분석 결과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어느 정도 확인하고 나서 소환 조사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전 부사장은 12일 국토교통부 조사에서도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항공기에서 쫓겨난 박모(41) 사무장이 참고인 조사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이 집으로 찾아와 거짓 진술을 강요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