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썰매 종목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에서 메달을 따낸 주인공인 '스켈레톤 신성' 윤성빈(20·한국체대)은 예상 밖의 성과를 기뻐하면서도 더 성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달 20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월드컵 2차 대회에서 3위에 올라 한국 썰매 사상 첫 메달을 따낸 윤성빈은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귀국 기자회견에 나선 윤성빈은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서 기분이 매우 좋다"면서도 "가장 자신 있던 경기장에서 이제 겨우 한 발자국 내디뎠고, 남은 월드컵에서 더 나은 성적을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성빈은 2012년 한국체대 강광배 교수의 지도로 스켈레톤에 입문, 선수 경력이 2년여에 불과한 신예다. 스켈레톤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는 엘리트 체육을 경험해본 적도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짧은 기간에 보여준 가파른 성장세가 놀라운 이유이자,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여전히 선수로서의 기본을 갖춰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스타트다.
썰매 종목의 핵심이기도 한 스타트에서 윤성빈은 올 시즌 크게 기량을 끌어올렸다.
그는 얼음 위에서 달려나가는 스타트 동작이 한결 익숙해졌다고 자평했다.
"얼음 위에서 뛰는 것도 적응이 필요한데, 이제는 일반 도로에서 달리는 것보다 더 편할 만큼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그런 향상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기본기가 있었다.
윤성빈은 "이제는 어떤 훈련이 내게 중요한지를 알고, 체계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었다"면서 "웨이트트레이닝에서 상대적으로 보완점이 적은 반면, 육상 훈련을 많이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성빈이 이야기한 육상 훈련은 달리기다. 선수로서는 기본기 중의 기본기라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윤성빈은 "나는 엘리트 선수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기본기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트랙을 미끄러질 때마다 한국 썰매의 역사를 바꾸고 있는 선수가 여전히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남은 3년여 동안 윤성빈이 더 기초를 쌓고, 그 사이에 국내에 트랙이 완공된다면 한국 썰매가 올림픽에서 정상에 서는 것도 허황된 꿈만은 아닐 것 같아 보인다.
스켈레톤 대표팀의 조인호 감독은 "지금 윤성빈은 월드컵 사상 가장 단기간에 메달을 딴 남자 선수라고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이어 "월드컵이 열린 캘거리에서 250∼300차례 레이스를 치른 경험이 있기에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섰다"면서 "홈트랙과 같은 캘거리에서 메달을 보여주면 평창에서도 충분히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