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도 ‘친권 박탈’ 스스로 청구 가능

입력 2015.02.08 (21:12)

수정 2015.02.08 (21:57)

<앵커 멘트>

40대 여성과 동거하는 남성이 이 여성의 딸을 성폭행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피해자인 딸을 보호하기는 커녕, 동거남과 혼인신고를 하도록 했습니다.

미성년 자녀가 이런 무책임한 부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친권 박탈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안이 마련됐습니다.

남승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2년 전, 김 모 씨와 동거를 시작한 44살 신 모 씨에겐 15살짜리 딸이 있었습니다.

동거하는 동안 김 씨는 신 씨의 딸을 수차례 성폭행하고, 출산까지 시켰다가 구청직원에 의해 고발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신 씨는 성폭행 사실을 알고도 신고조차 하지 않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아기에게 보호자가 필요하다며 딸과 동거남의 혼인 신고를 했고, 딸에게 재판에 나가 동거남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라고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보다 못한 검찰은 신 씨를 딸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녹취> 조인섭(변호사/신 씨 딸 대리인) : "본인의 딸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아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건데 보호 의무를 간과했고, 더 나아가서 아이로 하여금 가해자와 혼인신고 하도록 한 거죠."

자녀가 부모에게 절대 복종하는 유교적 전통 때문에 신 씨의 딸처럼 학대를 당해도 부모와 떨어지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은 점을 감안해 대법원은 24년 만에 가사소송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는 자녀들이 직접 친권 박탈을 청구할 수 있게 하고, 소송을 도와줄 '어른'을 법원에서 연결해 주도록 했습니다.

또 이혼 등 가정 문제와 관련한 소송에선, 법원이 자녀들의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명문화했습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가정 내 학대와 폭력에 시달리는 미성년 자녀들의 자기 결정권이 크게 신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남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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