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 요양원 물탱크서 ‘참변’…상반된 법규정 문제

입력 2015.03.04 (12:24)

수정 2015.03.04 (13:00)

<앵커 멘트>

그제 밤 충북 충주의 한 요양원에 입원해 있던 70대 치매 할머니가 출입문이 열려 있던 계단을 통해 지하까지 내려갔다가 물탱크에 빠져 숨졌습니다.

그런데 계단 출입문을 잠그면 소방시설법 위반이 되고, 열어 놓으면 노인복지법을 어기게 된다고 합니다.

황상길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요양원 지하실에 있는 소화용 물탱크입니다.

그제 밤 11시 반쯤 치매에 걸린 76세 최 모 할머니가 물탱크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한밤중에 2층 입원실 방문을 잠그지 않은 요양원 측의 관리 소홀이 첫 화근이었습니다.

<녹취> 요양원 원장 : "보통 때 잠그는데 이런 것 저런 것도 가지러 가야 되고, 기저귀도 버려야 하고 그러니까 잠깐 문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그렇게 되신 거예요."

여기다 방문은 열려 있었더라도 계단 출입문이 잠겨있었다면 화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근데 요양원 측은 계단 출입문을 잠그지도 열어두지도 못한다는 하소연입니다.

소방시설법을 따르자면 계단 문을 열어둬야 하고 노인복지법을 따르자면 반대로 문을 잠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요양원 직원 : "여기를 잠가놓으면 안 되게 돼 있습니다. 소방시설이기 때문에... 어르신들 안전을 위해서 잠그는 경우도 있지만 어제는 열려있었던 모양입니다."

한 시설에 상반되게 적용되는 법 규정 때문에 치매 노인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노인 요양시설이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상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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