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세관 ‘북새통’…관광 곧 재개

입력 2015.03.14 (08:07)

수정 2015.03.14 (14:59)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이 에볼라 유입을 막기 위해 취했던 입국제한 조치를 전격 해제하면서 북중 접경이 빠른 속도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세관과 역 등에는 북한 주민들의 귀국 행렬이 줄을 잇고 있고, 여행사들도 중단됐던 북한 관광 재개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라고 하는데요.

단둥 현지를 김귀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압록강 너머 북한 땅, 평안북도 청수마을.

산자락 마다 최근 내린 눈이 수북이 쌓여있고, 아직 꽁꽁 얼어붙은 강물은 겨울이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줍니다.

얼음을 깬 뒤 양동이로 물을 긷고 차디찬 얼음물에서 세수를 하는 아낙네.

한 남성이 얼음 판 위에서 미끄러지자 여성들이 폭소를 터뜨립니다.

좀 더 강 위쪽으로 올라가자 군인들이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커다란 통에 강물을 퍼 담고, 얼음판 위에 드러누워 장난을 치는 군인도 있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취재진을 의식했는지 봉술을 하듯 긴 막대기를 휘두르며 손을 흔드는 여유까지 보입니다.

<녹취> "황비홍인데? (우리한테 보여 준거야.)"

자전거를 타고 강둑 위를 바쁘게 오가는 마을 주민들, 비탈면에서는 한 여성이 아이를 데리고 뭔가를 캐고 있습니다.

압록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일상을 이어가는 북중 접경 마을, 북한 주민들에게도 늦었지만 서서히 반가운 봄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북중 교역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는 중국 접경도시 단둥.

도로에선 북한 번호판을 단 트럭을 손쉽게 볼 수 있습니다.

<녹취> "평북 83-2781."

북한의 공휴일이자 민속 명절인 정월대보름을 지낸 다음날, 단둥역을 찾았습니다.

한 가운데 짐을 모아 놓고, 삼삼오오 무리지은 북한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대형 TV를 비롯해, 갖가지 짐을 양손에 들고 역 안으로 들어섭니다.

<녹취> 북한 여성 : "(입국 제한이 풀린 지) 한 며칠 됐습니다."

<녹취> "이제 평양에 들어가는 거예요?"

<녹취> "네."

<녹취> "오늘 단체 손님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에볼라 공포에 따른 입국제한 조치가 풀리자 서둘러 귀국길에 오른 북한 주민들로 역사 안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입니다.

출국 심사를 앞두고 여권을 챙기고..

<녹취> "이 짐들 다 가져가지? 여권?"

세련된 옷차림의 여성들 역시 차례로 열차표를 나눠 받은 뒤 짐 꾸러미를 챙깁니다.

짐을 들고 검사대를 통과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녹취>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많이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녹취> "잘 가시오."

양손 가득 짐을 든 고향에 가져갈 짐을 든 북한 주민들은 검색 절차를 마치고 플랫폼을 향합니다.

이제 평양행 국제열차에 몸을 싣기만 하면 4개월 여 막혔던 국경을 넘어 몇 시간 후 고향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북중 교역의 최대관문, 단둥 세관.

북한에서 넘어온 대형 트럭들이 긴 줄을 이룹니다.

한쪽 구석에선 바닥에 늘어놓은 트럭 운전사들의 여권도 눈에 띕니다.

<녹취> "차가 확실히 많네. 어제랑 양이 다르네, 벌써. 이틀 전부터 (입국 제한이) 풀려서 엄청 들어가네. 오늘 제일 많이 들어가네."

물류 기지 안 주차장도 빽빽이 들어 찬 트럭과 자동차들로 활기가 느껴집니다.

<녹취> "빨리빨리. 오라, 오라."

북한 번호판을 단 대형 트럭들 사이로 분주히 짐을 싣는 모습도 포착됩니다.

TV 등 전자제품부터 과일까지, 물건 종류도 다양합니다.

에볼라 방역 조치로 넉 달 넘게 신의주의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는 북한의 트럭 기사는 이제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합니다.

<녹취> 북한 트럭 기사 : "에볼라 이제 끝나서 집에 들어가서 자나?"

<녹취> "응."

<녹취> "회사에서 안 자고?"

<녹취> "응."

<녹취> "언제부터?"

<녹취> "전(지난)주부터 그렇게 됐단 말야."

<녹취> "아, 전주부터. 이제 에볼라 때문에 회사에서 고생 안 해도 되겠구먼."

세관 안은 자동차 등 육로를 이용해 귀국하려는 북한 주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녹취> 북한 여성 : "지금 조선(북한) 들어가면 격리 안 돼요?"

<녹취> "끝났어요."

<녹취> "언제부터요?"

<녹취> "며칠 됐어요."

<녹취> "며칠 전에요? 그러면 이제 여관에 안 가도 되겠네요?"

<녹취> "모르겠어요. 국내(북한)엔 아직 못 들어가 봤어요. 텔레비전에선 봤는데."

입국 제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북한으로 가려는 행렬이 이곳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 철교.

기적 소리와 함께 열차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단둥에서 출발해 평양으로 향하는 국제열차입니다.

객실마다 빈자리가 거의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녹취> 북한 출신 화교 : "기차는 계속 다녔는데 작년 10월부터 에볼라병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어요. 근데 지금은 기차역이나 단둥 세관이나 보게 되면 북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고 있어요, 지금."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 해제로 북한 관광 등 북·중 교역도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주 고객인 단둥의 전자 상가입니다.

<녹취> 단둥 전자상가 직원 : "뭐 사려고 왔어요?"

<녹취> "구경하러 왔어요."

<녹취> "구경하러?"

태양광 발전기를 파는 한 가게에 들어섰더니, 북한 주민이 종업원과 사용 방법 등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고 있습니다.

<녹취> "소리 나면 끄래요."

<녹취> "끄는데, 꺼도 그냥 배터리 충전이 계속 되잖아."

<녹취> "안 된다는데 이래. 안 돼, 안 돼."

<녹취> "끄면 충전은 왜..."

입국 제한 조치가 풀리자마자 벌써부터 북한 주민들이 하나 둘 물건을 사러 국경을 넘고 있는 겁니다.

매출이 절반 이상 주는 등 혹독한 겨울을 보냈던 중국 상인들도 이번 조치를 반기고 있습니다.

<녹취> 대북사업가 : "지난 4개월 동안 이제 주변에 장사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나 중국 쪽 친구들이나 또 사업을 하고 있는 여기 화교들이나 얘기를 쭉 들어보면, 그 에볼라 그 문제로 인해서 나름대로 굉장히 많은 데미지(피해)를 입었죠. 그래서 경제적인 어떤 손실을 꽤 많이 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입국 제한 조치로 가장 타격이 컸던 단둥의 여행사도 관광 재개를 서둘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전문 여행사 직원 : "신청하면 대략 언제쯤 갈 수 있을까요?"

<녹취> "이달 말쯤이요."

<녹취> "월 말쯤이요?"

<녹취> "네, 이달 말쯤이요. 얼마 전까지 봉쇄됐었으니까 (지금 풀려도) 아직 문의가 없어요. 모집이 다 돼야 일정이 확정될 수 있죠."

북한 관광을 주로 하는 이 여행사는 북한의 조치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예약 접수를 시작했습니다.

<녹취> 북한 전문 여행사 직원 : "여기 보니까 일일관광 4일관광 등이 있는데 다 갈 수 있는 건가요?"

<녹취> "어디 그런 게 있어요?"

<녹취> "여기 보니까 7일 8일 여행 등이 있는데요. 북한에 들어가면 20일간 격리한다고 들었는데요."

<녹취> "그럴 필요 없어요."

<녹취> "격리하는 건 없어졌다 그거죠?"

<녹취> "그렇습니다."

<녹취> "확실한가요?"

<녹취> "확실합니다."

평양과 개성, 묘향산을 묶은 4일짜리 상품부터, 금강산까지 둘러 볼 수 있는 5일짜리 상품까지, 우리 돈 50~60만 원짜리 관광 상품도 팔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전문 여행사 직원 : "구체적인 단체 여행 일정표가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어제 막 북한 단체 여행이 재개된다는 통지를 받았거든요. 구체적인 일정표가 아직 안 나왔다고요. 연락처 드릴게요. (우리한테) 전화해보세요. 다른 업체에는 물어볼 필요도 없어요. 우리 여행사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북한 일일관광을 취급하는 곳이거든요."

단둥의 여행사들은 일정 인원수의 관광객만 모이면 바로 북한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늦어도 이달 중순부터는 관광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한 해 10만여 명.

북한이 입국 규제를 전격 해제한 데는 외화벌이의 일등공신인 외국인 관광의 중단으로 생긴 경제적 손실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녹취> 대북사업가 : "아무래도 다시 원상 복귀 되는 데는 다소의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제 앞으로 뭐 봄이 다 오고 이러면 훨씬 더, 그동안 적체돼있던 부분들, 이런 부분들도 많이 왕래가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뭐 북한 관광도 되살아날 것이고, 이쪽의 어떤 물건들이 꽤 많이 다시 들어가지겠죠."

지난 넉 달간 굳게 닫혔던 국경이 다시 열리면서 썰렁했던 북·중 접경 지역은 점차 활기를 되찾는 모습입니다.

북한 경제의 큰 버팀목 역할을 해온 북·중 교역과 관광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정상화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위해 북한이 어떤 추가 조치를 내놓을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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