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평화예술단의 ‘통일 공연’

입력 2015.03.14 (08:19)

수정 2015.03.14 (14:56)

<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공연을 통해 북한의 예술을 알리고 남북의 간극을 좁혀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탈북 예술인 출신으로 이뤄진 평양예술단원들을 이현정 리포터가 만나 봤습니다.

<리포트>

신명나는 아코디언 연주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고. 무용수들은 표정 하나, 몸짓 하나 민족의 혼을 춤사위로 표현합니다.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그리고 하나가 되어 부르는 아리랑 까지. 흥겨운 북한 예술 한마당.

<녹취> 길만기(인천시 남동구) : "평양이 내 고향이거든. 보면 볼수록 평양 아가씨들 공연이 너무 재미있더라고. 아주 평양예술단이 아주 잘해."

서울 양천구, 군무인데도 한 사람 흐트러짐 없이 딱딱 맞는 동작과 몸짓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춤 솜씨는 물론 미모와 몸매까지 겸비한 팔방미인들, 탈북민 24명으로 구성된 평양예술단입니다.

어느새 창단된 지 11년차, 북한 예술을 선보이며 남북의 문화차를 줄이는 북한 예술 알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단원들의 아름다운 춤사위 뒤에는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녹취> “맨 끝에 섰는데 어떻게 저사람....”

<녹취> 최수미(평양예술단 무용수) : "평소에는 허물없이 단원들과 (친하게) 하는데. 아까 훈련, 연습할 때 보셨잖아요, 엄격하고. 오늘은 카메라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오늘 그렇게 엄격하신 거 아니에요."

평양예술단의 부단장 영희 씨.

<녹취> 김영희(평양예술단 부단장) : "춤을 춘 경력이 한 23년 정도 보시면 됩니다. 와서 보니까 다시 (무용)하고 싶은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영희 씨는 4대 예술단으로 손꼽히는 국립민족예술단 출신인데요.

어렸을 때부터 전통 무용을 배운 피나는 노력과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원이 오늘의 영희 씨를 탄생하게 했습니다.

<녹취> "하다가 돌기 못하면 북이 날아가고 장구가 날아가고 엄청 가혹하게 연습을 시켜요. 저희 부모가 항상 먹을 걸 들고 따라다녔어요."

그러나 북한에 있을 땐 미처 몰랐던 부모님의 마음은 남한에 와서야 알게 됐습니다.

<녹취> "남녀 간의 사랑으로만 썼지 이렇게 부모 간의 사랑, 자식 간의 사랑 이런 단어를 안 썼어요. 그러니까 그런 걸 몰랐죠."

오후 6시, 집에 돌아오면 영락없는 대한민국 주부가 되는 영희 씨. 보여줄 게 있다더니 자식 자랑에 정신없는 팔불출 엄마입니다.

<녹취> "막 사진 보내라고 우기죠, 뭐. 애들이 찍어서 잘 안 보내잖아요."

어린 두 아들을 안고 감행한 탈북.

부모님의 긍지였던 어여쁜 무용수는 지금은 두 아들을 위해 남한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녹취> "우리 아들들을 위해서 과감하게 나왔죠. 그때는 겁도 많고 진짜 연약했는데, 내가 이렇게 강해지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러니까 아마 저희 부모도 보면 깜짝 놀랄 거예요. 우리 딸이 저렇게 강해졌구나 하고."

<녹취> 김영시(아들) : "어릴 때 살아서 기억은 안 나는데, 여기서 보니까 여기보다는 안 좋은 거 같아서, 좋은 데로 와서, 살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요. 장성한 두 아들은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며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녹취> 김영시(아들) : "저는 꿈이 변호사인데, 그러니까 이제 공부를 열심히 해야죠."

가족이란 따뜻한 울타리가 늘 감사하다는 영희 씨.

가족과 평양예술단은 영희 씨가 살아갈 수가 있는 원동력이자 버팀목입니다.

뮤지컬이나 발레 등 해외 예술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북한의 음악과 공연을 감상한다는 것은 아직 생소한데요.

평양예술단은 시민들에게 북한 무용과 공연을 선보여 이질감을 해소하고 남과 북의 통일을 염원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디데이가 찾아왔습니다.

오늘 공연에서 그간의 노력을 아낌없이 펼쳐야 할 텐데요.

본 공연 전에 갖는 최종 리허설.

마지막 점검인 만큼 평소 연습 때보다 더 집중해야 되는 시간입니다.

<녹취> 김영희(평양예술단 부단장) : "하나, 둘, 셋. 아니 빨리 잦은발(잦은걸음)로 그거를 보여 주라는데 너희 지금 어디까지 나와 있나 봐."

여기서도 어김없이 떨어지는 영희 씨의 불호령.

마음이 초조한 탓일까요.

이제 잠시 뒤면 공연인데 단원들은 자꾸만 실수를 합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동작을 맞춘 뒤 대기실로 향한 단원들.

쉴 틈도 없이 바로 분장에 나서는데요.

<녹취> 김성미(평양예술단 성악가) : "(화장) 제일 잘하신다고 뽑히셨어요."

<녹취> "이거 정말, 내가 제일 못하는데요."

<녹취> "잘하는 비결이 있다면?"

<녹취> "계속 하다 보니까 느네요. 처음에는 어리어리(어리바리)했는데 하다 보니까 많이 느네요."

무대 밖에선 관객석이 빽빽하게 들어차고, 드디어 공연의 막이 올랐습니다.

<녹취> 한성희(평양예술단 무용수) : "긴장되죠, 많이 긴장되죠. 늘 해오던 일이라 해도 공연하기 전에는 내가 실수 없이 잘 해야겠다는 이런 긴장감이 좀 있죠."

흥겨우면서도 화려함이 특징인 북한의 무용.

힘차고 빠르게 변하는 동작에 관객들은 시선을 떼지 못하는데요.

자기 차례가 다가올수록 긴장된 표정이 역력한 단원들.

영희 씨도 단원들을 따라다니며 의상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습니다.

무대 뒤, 긴장하고 있는 단원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대 위의 웅장한 음악과 아름다운 동작에 객석에선 연신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인터뷰> 오창원(서울시 양천구) : "음성 같은 게 우리하고 좀 다르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신비스러운 그런 느낌이 좀 들고 그래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인터뷰> 안소현(서울시 양천구) : "이런 문화 교류가 많이 이뤄지고 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김수영(양천구청장) : "이런 공연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다’ 라는 것을 느낄 수 있고, 특히 우리 어르신들이 많이 좋아하는 공연이기도 합니다."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온 탈북민들로 구성된 평양예술단.

단원들은 공연을 통해 실향민과 탈북민에게는 위로를, 남한 사람에게는 북한주민에 대한 친밀감을 줄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녹취> 김영희(평양예술단 부단장) : "우리 평양예술단 일이 잘 됐으면 좋겠고..."

<녹취> 김신옥(평양예술단 단장) : "대한민국 예술인들과 함께 큰 무대에서 함께, 남북통일을 함께 통일을 위한 작품을 가지고 한 무대에서 공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젠 어엿한 사회적 기업이 되어 북한 예술을 대표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한 평양예술단.

북한 예술 알림이이자, 남북 예술을 잇는 징검다리로 앞으로도 왕성한 활약,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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