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늘 보던 사람도 때로는 무슨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달라 보이기도 하죠.
종이와 먹.
고답적인 수묵화에 이런 변화를 준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전통의 틀을 깬 수묵화 작품들을 유승영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글이 새겨진 철판의 벽면.
그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철로 만든 황톳빛 나룻배.
작가는 수묵화의 변형을 재료와 공간에서 찾았습니다.
차갑지만, 또 동시에 고풍스러운 은은함이 배어납니다.
붓 대신 손가락 끝에 물감이나 물을 묻혀 꾹꾹 눌러 그린 점묘화.
붓이 지나간 먹의 흔적을 오려내 색채를 드러낸 콜라쥬.
팝-아트적 형식이 가미된 수묵화에는 익살스러움이 묻어납니다.
<인터뷰>허정인(학고재 전시 담당) : "붓과 먹이나 흑과 백 같은 수묵화를 생각하셨다면은 이제는 전통 수묵화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풀어나가는지 그런 시도를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그런가 하면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구상화의 틀도 과감히 깨고 있습니다.
붓의 필선과 먹의 농담.
단순한 선으로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당장 달려나갈 듯 힘이 들어가 있는가 하면, 어울려 춤추는 듯 흥겹기도 하고, 때로는 군중 속 외로운 현대인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인터뷰>왕신연(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조선시대 문인화라고 하는 것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찾았던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도 우리 전통을 찾을 때 수묵화를 조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대 수묵화의 과감한 변신, 전통의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승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