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저널리즘] 억만장자 기부 모임 봤더니…한국인 ‘0명’

입력 2015.12.17 (08:47)

수정 2015.12.17 (09:21)

<앵커 멘트>

데이터로 읽는 세상, 데이터 저널리즘팀 김태형 기자와 함께합니다.

얼마전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자신이 보유한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죠.

이렇게 슈퍼 리치들의 기부 문화가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기빙 플레지라는, 억만장자들이 기부 서약을 약속한 모임도 있다고 합니다. 김태형 기자가 이 기부 모임에 대해 분석했다고 하는데요. 함께 살펴보죠.

<답변>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전세계 억만장자들의 대표적인 기부 서약 모임인데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겸 회장이 2010년에 함께 설립하고 기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그런데 이 모임의 회원이 되려면 자격 조건이 필요한데요. 일반적으로 미화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자산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실제 회원들 대부분의 자산이 수조원에서 수십조 원에 이르고 있고요. 그래서 전세계 억만장자들의 기부 모임으로도 불립니다.

우리 돈 수백억만 있어도 큰 부자일 텐데요. 하지만 수백억대 자산가는 기빙 플레지 회원이 되고 싶어도 가입이 어려울 겁니다.

1조원 정도는 있어야 회원 자격이 생기는 모임이니까요.

이들 기빙 플레지에 이름을 올린 억만장자들의 기부 서약은 또 일상적인 기부 약속과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기부를 하겠다, 또는 많이 하겠다가 아니라, 조금 더 구체적으로 기부 서약을 하고 있는 건데요.

이들은 자신의 재산 중 절반 이상을 생전에 기부하겠다고 밝히거나 그 같은 내용을 유언장에 적어놓은 사람들인데요.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이니,

사실상 자신의 기업을 자식에게 상속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빙 플레지 측은 이 같은 기부 서약에 법적인 제약이 따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들 그 나라에서는 유명한 부자들이고, 이들이 공개적으로 기부 선언을 하는 것이어서 나중에 말을 바꾸면 큰 비난을 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기빙 플레지 회원을 보면요. 최근에 가입한 사람들을 포함해서 모두 139명이었습니다. 부부 공동명의로 이름을 올린 경우는 1명으로 산정했다는 점 말씀드리고요.

국적별로 보면 미국이 1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영국 9명, 러시아와 캐나다 등이 각각 2명이었습니다.

이들 억만장자의 업종은 금융, 유통, 통신, 인터넷,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다양했습니다.

미국 억만장자가 전체 기부 서약자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그 외에 유럽이나 남미, 아프리카 억만장자들도 이름을 올렸고요.

아시아권에서도 동참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타이완 등 아시아권의 억만장자가 '기빙 플레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39명 가운데는 유명인사도 적지 않은 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우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이 기빙 플레지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고요.

자신의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마크 저커버그도 기빙 플레지 회원입니다.

또 천재 과학자이자 억만장자로 아이언맨의 모델로 알려진 테슬라 모터스의 엘론 머스크 CEO와 스타워즈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 감독 등도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서명했습니다.

<질문>
이런 유명인사들이 저렇게 기부서약을 하니까, 대단하기도 하고 신선한데요. 우리나라도 기빙 플레지에 서약한 회원이 있나요?

<답변>
아직 한국의 억만장자 중엔 없었습니다. 다른 아시아권 나라들과 비교해 억만장자가 많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기빙 플레지 회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에 억만장자가 한 명도 없는 것은 물론 아니고요.

말씀 드린 것처럼 일반적으로 기빙 플레지 모임에는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가가 참여를 하는데, 포브스지가 밝힌

한국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가는 2015년 기준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 등 30명이었습니다.

일본은 24명이었고요, 중국은 213명이었습니다.

<질문>
그렇군요.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재산 중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이들이 밝히는 기부에 대한 철학이나 소회 같은 게 있을 것 같아요.

<답변>
네,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얘기는 들어보신 분들도 많을 것 같아서 빌 애크먼이라는 억만장자가 한 얘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헤지펀드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투자자인데요. 빌 애크먼 부부는 기빙 플레지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이런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기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셨어요.

아버지의 그런 가르침이 제게 각인된 것 같아요. 제가 처음으로 몇 달러 벌었을 때도 그 중 일부를 기부했으니까요.

지난 세월 동안 제가 기부를 하면서 느끼게 된 감정적, 심정적 보상은 엄청납니다. 더 많이 기부하면 할수록 저는 더 행복해집니다.”

기부가 중요하다는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받았다... 는 말이 인상적인데, 기빙 플레지 회원인 타이완 억만장자는 더 많은 타이완 부자들이 기빙 플레지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업적도 대단하지만 기부에 대한 생각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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