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억 기부’ 요양 시설 건립, 주민 반대로 표류

입력 2016.09.22 (21:42)

수정 2016.09.22 (21:53)

<앵커 멘트>

미용사로 일하며 수십년 동안 알뜰히 모은 43억 원을,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아낌없이 기부한, 한 할머니의 꿈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노인 요양시설을 지으려고 했지만,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고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송락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택가 집집마다 빨간 글씨가 쓰인 깃발이 꽂혀 있습니다.

대형 현수막도 곳곳에 걸려 있습니다.

인근에 노인 요양시설이 들어서는 걸 반대한다는 내용입니다.

<녹취> 지역 주민(음성변조) : "이런(요양) 시설 들어와서 시체 들락날락하면, 왜 우리가 그걸 보면서 살아야 되느냐고요."

노인 요양시설 건립은 올해로 88살인 김북술 할머니의 기부로 시작됐습니다.

이 동네에서 평생을 홀로 살면서 미장원을 운영한 김 할머니는 지난해 평생 모은 돈 43억 원을 내놨습니다.

<인터뷰> 김북술(기부자) : "그 불쌍한 사람들 구하는데 뭐가 아까워. 내가 직접 가서 해주지는 못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하겠어요."

하지만 김 할머니의 꿈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지난 7월에 공사 허가를 받았지만, 두 달 넘도록 한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최성규(요양원 반대 주민대책위원장) : "(요양원이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되잖아요. 그러면 내 집의 내 재산을 지키지 않을 수 없다는 거예요."

지방자치단체의 중재도 소용없는 상황.

김 할머니는 간절히 호소합니다.

<인터뷰> 김복술(기부자) : "나는 이거 꼭 하고 죽어야지. 안 하고는 뭐하러 돈 벌어요. 돈 벌어서 뭐해요... 거기다 지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요. 돈도 가까스로 모았는데."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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