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망의 대상 北 여군, ‘인권 유린’ 심각

입력 2017.02.04 (09:04)

수정 2017.02.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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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에 북한 여군들이 자주 등장한다. 방사포와 고사총을 쏘는 등 전투 훈련의 강도가 남성 군인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집권이후 여군들에게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여성 군부대를 방문할 때 여군들이 김정은을 에워싸고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을 자주 보도한다. 김정은의 여군 사랑을 선전하고 충성심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한 때는 '인민군의 꽃'으로 불릴 만큼 선망(羨望)의 대상이었던 '북한 여군'이 그러나 갈수록 '인권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여군 사랑’

고사총여단의 여군들이 깃발 신호에 맞춰 고사총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김일성 주석은 ‘전인민의 무장화’, ‘전국토의 요새화’, ‘전군의 간부화’, ‘장비의 현대화’ 등 이른바 ‘4대 군사노선’을 주창하며 여군고사총여단을 만들었다.고사총여단의 여군들이 깃발 신호에 맞춰 고사총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김일성 주석은 ‘전인민의 무장화’, ‘전국토의 요새화’, ‘전군의 간부화’, ‘장비의 현대화’ 등 이른바 ‘4대 군사노선’을 주창하며 여군고사총여단을 만들었다.


김일성 주석은 1962년 '4대 군사노선'을 주창하면서 최초의 여군고사총여단을 창설했다. 김 주석은 1971년 이후 전투부대까지 여군을 확대 배치했다. 이 시기에 지상군 사단과 연대의 고사총 중대를 대부분 여군으로 교체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97군부대 예하 중대를 시찰한 자리에서 여군들을 격려하고 있다. (2007년 11월, 김정일의 생전 모습)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97군부대 예하 중대를 시찰한 자리에서 여군들을 격려하고 있다. (2007년 11월, 김정일의 생전 모습)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사상'을 내세운 만큼 군을 중요시 했다. 특히 현지 지도한 여군부대에 대해 선물과 함께 '감나무중대'와 '들꽃중대'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등 여군의 사기 진작에 정성을 쏟았다. 김정일이 사망하기 몇 년 전부터 방문했던 군부대 가운데 최소 3분의 1 이상이 여성 군부대로 알려졌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2620군부대를 방문해 비행훈련을 지도했다. 여군 조종사들과 김정은이 활짝 웃고 있다.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는 이른바 ‘오빠부대’를 연상케 한다. (2014년 3월)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2620군부대를 방문해 비행훈련을 지도했다. 여군 조종사들과 김정은이 활짝 웃고 있다.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는 이른바 ‘오빠부대’를 연상케 한다. (2014년 3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여성 군부대를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2620군부대를 시찰했을 때 여군 조종사들이 김정은의 양팔을 붙잡고 열광했다. 김정은은 환하게 웃고 여군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심지어 부인 리설주까지 대동해 여군의 숙소와 식당까지 일일이 살피며 애민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김씨 일가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군의 전투력을 과시하고 최고 지도자의 자애로운 이미지를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北 여군, ‘선망의 대상’에서 ‘군대 바보’로 전락

 북한 여군의 열병식 분열 장면이다. AK 자동소총을 손에 들고 다리를 쭉쭉 뻗어 올리며 행진하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 여군들은 많은 시간을 할애 해 열병식 준비를 하는데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뻗으며 걷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한다. 북한 여군의 열병식 분열 장면이다. AK 자동소총을 손에 들고 다리를 쭉쭉 뻗어 올리며 행진하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 여군들은 많은 시간을 할애 해 열병식 준비를 하는데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뻗으며 걷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한다.

북한에서 여성들도 남성처럼 고등중학교(고등학교) 졸업 시기인 만 17세에 입대하게 된다. 지원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반강제적으로 입대하게 된다. 주로 통신과 대공포, 해안포부대, 군의소(북한의 각급 단위 부대에 설치한 의료기관) 등에 배치된다. 소수의 여군은 일부 특수부대에 배치되기도 한다.

북한 여성들은 군 복무를 하게 되면 노동당 입당과 대학 진학의 특혜를 받는다. 군에 가지 못한 여성들은 사회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도 노동당 입당의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군 복무 중에 대학 시험을 보면 쉽게 합격할 수 있다. 또 군 복무를 마치면 간부가 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여군이 되면 출세가 보장돼 선망의 대상이었다.

여군들이 ‘AK-47 자동소총’을 손으로 치켜 올리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북한에서는 '아카보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소총은 사격할 때 반동이 다소 크지만 구조가 단순해 분해와 조립이 쉽고 사용하기 편하다고 한다. 여군들이 ‘AK-47 자동소총’을 손으로 치켜 올리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북한에서는 '아카보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소총은 사격할 때 반동이 다소 크지만 구조가 단순해 분해와 조립이 쉽고 사용하기 편하다고 한다.

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를 맞으면서 여군의 위상도 하락했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징집 대상인 많은 남성들이 숨져 병력 부족사태를 가져왔다. 여성들이 그 자리를 메꿔야 해 강제 징집이 이뤄졌다고 한다. 군대에 있어도 먹고살기 힘들고, 사회에 나와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이 여군의 현주소라고 한다. 그래서 여군을 '군대 바보'로 부른다고 한다.

여군의 복무 기간은 7년으로 알려졌다. 남성의 11년에 비해 짧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12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에 대해 강제 징집을 계속하고 있고, 키도 142cm 이상이면 입대할 수 있도록 조건을 대폭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북한군 가운데 여군의 비율은 30%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인권 사각지대’에 내몰린 북한 여군

지난해 4월, 서울 종로에서 열린 ‘북한자유주간’ 행사에서 북한 여군 인권 기자회견이 열렸다. 탈북여성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탈북 여성들은 성폭행 등 북한 여군의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했다. 지난해 4월, 서울 종로에서 열린 ‘북한자유주간’ 행사에서 북한 여군 인권 기자회견이 열렸다. 탈북여성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탈북 여성들은 성폭행 등 북한 여군의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했다.

한 탈북 여성은 북한 육군 간호사로 있을 당시 "간호장이 거의 매일같이 군 간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것을 지켜봤다"라고 증언했다. "간호장은 당 조직에 간부를 고발했으나 처벌받지 않았고, 오히려 간호장이 불명예제대인 '생활제대'를 당했다"라고 밝혔다.(탈북여성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 2016년 4월)

이 증언은 힘없는 여성 병사들을 상대로 한 간부들의 성범죄, 인권유린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군 간부가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북한 당국은 많은 비용을 들여 양성한 간부를 처벌할 수 없다며 보호받아야 할 여군에 대해 불명예제대를 시킨 것이다.

여군에 대한 군 간부들의 성희롱과 성폭행 등 성범죄는 북한 군 내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이 적발되면 강제로 낙태를 시키고 불명예제대와 함께 인사기록에 남긴다고 한다.

한 탈북자는 불명예제대 이른바 '생활제대'를 한 여성은 2차 피해로 이어진다고 증언했다. "사회에 나오면 손가락질을 받고 따돌림을 당해 정신적 고통이 크고, 결혼하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라고 밝혔다.

북한 여군들이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올리며 살림집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 8월말에서 9월 초에 몰아친 태풍 ‘라이언 록’의 영향으로 함경북도 북부지역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138명이 숨지고, 400여 명이 실종됐으며, 가옥 2만여 채가 부서졌다고 유엔 피해조사단이 밝혔다. 북한 여군들이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올리며 살림집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 8월말에서 9월 초에 몰아친 태풍 ‘라이언 록’의 영향으로 함경북도 북부지역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138명이 숨지고, 400여 명이 실종됐으며, 가옥 2만여 채가 부서졌다고 유엔 피해조사단이 밝혔다.

근무여건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과는 달리 군은 상대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감자와 고구마 등으로 허기를 때운다고 한다. 강도 높은 노동과 고된 훈련, 영양부족 등에 시달려 정상적인 생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해 9월 북한인권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정치권의 갈등으로 5개월째 핵심조직인 '북한 인권재단'은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북한 인권재단이 출범해 북한 여군의 인권유린 실태도 함께 다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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