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새들의 낙원

입력 1995.09.05 (21:00)

류근찬 앵커 :

지난번 홍수로 물에 잠겼던 한강의 밤섬에는 아직도 곳곳에 집중호우의 상처가 남아있습니다. 한강 상류로 부터 밀려온 쓰레기더미가 전혀 치워지지 않고 있어서 겉으로 보기에 새들이 살데가 아닌 것 같이 보이지만은 그러나 반갑게도 새들이 다시 이 밤섬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김성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성모 기자 :

새들의 섬 밤섬 사람들은 떠나고 새들만이 섬을 지켜온지도 28년째입니다. 그러나 이번호우로 잠겼던 섬이 떠오르자 섬은 사람들의 쓰레기 차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리의 교각과 수풀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걸려있습니다. 새들이 마땅히 터를 잡을 곳조차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도심 한복판에 소란과는 동떨어진 이곳 밤섬에 새들이 다시 둥지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몸집이 큰 왜가리는 섬전 체를 내려다보듯 유유히 날아다닙니다. 재갈매기 가족은 물가를 떠나지 않습니다. 오른쪽에 털이 노란 새끼는 3년이 되면 왼쪽의 어미와 같은 흰색이 됩니다. 그러나 순결한 흰색엔 백로를 따라올 수 없습니다. 백로 틈에 끼어있던 검은 왜가리가 쑥스러운 듯 날아오릅니다. 옆에서 일어나는 일에 아랑곳없이 꼬마물떼새는 재잘되는 장난을 계속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뒤뚱거린 도요새의 새끼는 아직도 걸음이 익숙지 못합니다. 그러나 30여종 20여만 마리의 새가 족이 사는 새들의 터전 밤섬이 이번 집중호우로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모동신 (한국 조류보호협회 이사) :

숲이 없어져가지고 금년 겨울에 돌아올 겨울철새 특히 숲과 물에서 노는 유리류는 그 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김성모 기자 :

자기의 안방을 사람들의 쓰레기더미에 잃어버린 새들 목을 길게 뺀 채 무엇을 기다리는지 새들은 오늘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강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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