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인 동생과 형, 운전면허 대리시험중 적발-구속취소결정; 석방이유

입력 1997.11.07 (21:00)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30대 과일 행상이 형과 짜고 운전면허시험을 치르다 적발됐지만 검찰이 오늘 이례적으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려운 사정에서도 성실하게 살아왔고 또 문맹은 국가적으로 책임질 문제라는게 검찰이 피의자를 석방한 이유입니다.

민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민필규 기자 :

보름만에 풀려나오면서 부끄럽다는 듯 수줍게 웃는 황삼균씨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뿌옇게 먼지가 쌓인 손수레를 손보며 다시 과일행상을 준비합니다.


⊙황삼균 (과일 행상) :

다시는 안.. 갈 곳이 못 된다고


⊙민필규 기자 :

황씨가 구속된 것은 지난달 24일 손수레 끌기가 힘들어 오토바이 면허를 따려했던 황씨는 운전면허가 있는 형을 졸라 대신 시험을 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황맹균 (면허시험 부정행위, 형) :

면허증도 안되고 하니까 제가 하니까 형보고 부탁을 했는가 봅니다.


⊙민필규 기자 :

형제는 함께 시험을 보돼 이름을 바꿔쓰기로 약속했지만 형의 이름을 제대로 쓰지 못해 자기 이름을 써낸 황씨 때문에 이들 형제의 부정행위는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황삼균 (면허시험 부정행위, 동생) :

해봐도 머리에.. 글씨를 모르는데 뭐.


⊙민필규 기자 :

부정행위를 주도한 동생은 구속되고 형은 풀려났지만 검찰은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성실하게 살아온 형제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동생마저 구속 취소로 석방했습니다. 실제로 문맹자를 위한 구술시험 제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홍보가 안돼 이를 몰랐던 황씨는 어이없는 홍역을 치렀습니다.


"힘들어도 내가 끌고 다니는 수밖에"


KBS 뉴스, 민필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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