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지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들어가면 이번 달 최다 추천을 받은 글이 있습니다.
불과 사흘 만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는데요.
음주 운전 사고로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22살 청년을 위해 친구들이 올린 청원입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음주 운전 사고 가해자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없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쉼 없이 말을 겁니다.
[윤창호 씨 어머니 : "꼭 일어나자, 꼭 일어나. 우리 아들 사랑해. 우리 아들 사랑한다. 우리 아들 사랑한다."]
아버지는 조용히 아들의 몸을 쓰다듬기만 합니다.
[윤기현/윤창호 씨 아버지 : "체온은 아직 따뜻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두 손으로 손을 만지고 손 한 번 더 잡아보고 싶고 한 번 더 만져보고 싶고 그런 마음……."]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진 22살 윤창호 씨는 현재 사실상 뇌사 상태.
카투사로 군복무 중이던 윤 씨는 휴가를 나와 가족과 명절을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지난달 24일 밤, 윤 씨는 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섰는데요.
가족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든 건 다음날 새벽 4시경이었습니다.
[윤기현/윤창호 씨 아버지 : "경찰분들이 통화를 좀 했으면 하는데 (해서) '네네'하면서 제가 먼저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이러니까 사고가 좀 났다, 교통사고가 났다."]
사고는 새벽 2시 반쯤 일어났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서 있던 윤 씨와 친구 배모씨를 승용차 한 대가 덮친 겁니다.
그 충격으로 두 사람은 14m 가량을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사고 차량 운전자는 만취 상태였습니다.
[정찬오/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4팀장 : "혈중 알코올 농도 0.181%의 주취 상태로 자기도 기억이 잘 없대요."]
경찰 조사에서 가해 운전자는 처음에는 사고 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지만,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난 뒤 사고 상황에 대해 진술했다고 합니다.
[정찬오/부산 해운대경찰서 교통4팀장 : "양주를 자기 포함해서 4명이 3병 정도 먹었다고 합니다. (운전해서) 가던 중에 아무래도 술에 취한 상태니까 제대로 제어를 못 해서 난 사고로 보여집니다."]
한순간의 음주운전은 로스쿨에 진학해 검사가 되겠다는 청년의 꿈을 앗아갔습니다.
[윤기현/윤창호 씨 아버지 : "검사가 되어서 가해자,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 엄정하게 그 사람을 (수사)하는 그게 자기는 맞는다고……."]
항상 밝은 웃음으로 힘이 되었던 친구가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진 상황을 받아들이기에는 윤 씨의 친구들도 쉽지 않습니다.
[예지희/윤창호 씨 친구 : "사소한 법 같은 것도 잘 지키는 친구였거든요. 예를 들어 무단횡단 같은 것도 싫어했고. 자기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던 친구여서 오히려 더 저희는 억울하기도 하고……."]
병원에 모인 친구들은 밤을 새며 음주 사고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고, 처벌 수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김민진/윤창호 씨 친구 :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무기로써의 자동차가 되는 거잖아요. 그건 명백한 살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원에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담았고……."]
윤 씨 사례에 대한 국민 청원은 단숨에 20만 명을 넘었고, 윤 씨의 가족과 친구들은 이번 계기에 음주운전에 대한 이른바 '윤창호 법'이 제정되기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김민진/윤창호 씨 친구 : "법안이 제대로 제정이 되어서 앞으로는 이런 피해자가 일어나지 않고 또 사회에 창호의 이름이 계속해서 불리면서……."]
지난 8월에는 배우 박해미 씨의 남편인 황모씨가 면허 취소 수준에서 사고를 내 두 명의 뮤지컬 단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황 모 씨 : "아까운 생명 이렇게 돼서 유가족분들께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요. 피해자분들께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최근 황 씨는 구속됐는데요.
지난해 우리나라 음주 교통사고는 2만여 건.
하지만 황 씨의 경우처럼 구속 수사로 이어진 경우는 0.3% 수준입니다.
음주 교통사고의 재범률이 높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서울시 마포구.
앞차를 가로막은 차에서 운전자가 내리더니 보닛과 앞 유리를 손으로 칩니다.
그 이후로도 추격전을 벌이던 가해자 김 모 씨는 피해 차량이 파출소로 향하자 도주했습니다.
약 4시간 뒤, 김 씨는 인천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냈습니다.
[유용희/서울 마포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경위 : "음주 수치가 0.3%가 넘을 정도로 굉장히 만취한 상태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음주 운전으로 인해 지난 4월 이미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습니다.
[유용희/서울 마포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경위 :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앞에 피해 차량이 천천히 진행한다는 이유로 보복 운전을 한 후에 4시간 후에는 만취한 상태에서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였습니다."]
실제로 김 씨의 경우처럼 여러 번 음주 운전을 하는 재범률은 지난해의 경우 45%에 달했습니다.
[최진헌/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공학박사 : "일본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 징역 22년 정도가 나온 사고도 있었고 미국의 경우에는 10년 넘게도 구형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게 과실치사라기보다는 심신 미약인 상태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서 사망 사고에 대한 처벌 기준이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음주 운전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439명에 다친 사람은 3만3천여 명에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