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국방부가 기무사를 조사하면서 '세월호 180일간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기무사 문건을 발견했습니다.
이 문건엔 당시 기무사가 세월호 유가족을 전방위로 사찰한 내용이 기록된 것으로 알려져 큰 파문이 일었었죠.
KBS가 기무사의 사찰 행적을 확인한 군 수사단의 수사기록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강나루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4년 4월 21일, 세월호 참사 엿새째.
생존자 확인과 시신 수습에 정신없던 그 때, 기무사가 보고서 하나를 작성합니다.
'방첩활동 계획서', 간첩 활동을 막겠다는 계획서입니다.
'종북 좌파'들이 유가족에게 접근해 반정부 활동을 조장할 수 있으니,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팽목항 등 진도 지역에 기무부대원 21명, 안산지역에 2명을 투입하는 등 구체적인 사찰 계획을 세웁니다.
기무사는 유가족의 '종북화'를 막겠다며 '세월호 TF'에 아예 '불순세력 관리팀'까지 만듭니다.
한 달 뒤인 5월 29일에 만들어진 보고서, '종북세', 즉 종북세력이란 소제목 밑에 '세월호 피해자 대책위'가 포함돼있습니다.
참사 한 달여 만에 세월호 유가족이 종북세력으로 규정된 겁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기무부대원은, 당시 '종북세'라는 제목이 아예 위에서 내려왔다고 털어놨습니다.
[보고서 작성 기무 부대원/음성변조 : "장군이셨던 분들도 회의할 때마다 굉장히 질책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위에서 요구하는 수준이나 질책이 강하다보니까..."]
또 다른 보고서에서 기무사는 종북세력의 총공세에 맞서 안보단체를 이용해 종북 이슈를 이슈화하고, 청와대 중요보고에도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천정배/민주평화당 의원 : "청와대와 기무사 등 권력의 핵심에서 이미 종북 프레임으로 이(세월호) 문제를 해결해가기로 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아침에 아들딸을 잃고 극도의 고통을 겪던 세월호 유가족, 기무사는 그런 유가족을 '종북세력'으로 몰아 지속적으로 여론 조작을 해왔습니다.
그런 지시를 누가 왜 내렸는지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