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쓸모] 日 우익이 ‘위안부’ 역사를 부인하는 이유

입력 2019.07.25 (08:44)

수정 2019.07.25 (08:57)

[앵커]

영화를 통해 우리 삶의 가치를 찾아보는 코너, 영화의 쓸모 순서입니다.

한일 양국간에 불거진 갈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인데요.

일본 우익세력이 과거 전쟁범죄, 특히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고 왜곡하는 행태와 최근의 사태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다큐멘터리 2편과 함께 오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송기자, 위안부 역사 왜곡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2편이 잇따라 개봉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 편은 일본계 미국인이 만든 영어 다큐멘터리고요, 또 한편은 지난 1월 세상을 떠나신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다룬 한국 다큐멘터리입니다.

먼저 위안부 역사 왜곡과 관련해 일본 우익세력의 핵심인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들은 왜 그러는지를 살펴본 작품 함께 보시겠습니다.

다큐멘터리 인터뷰에 응한 일본 우익 인사들, 잘못된 믿음에 빠져있습니다.

[후지오카 노부카츠/일본 '새로운역사교과서를만드는모임' : "국가는 사죄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는 사죄하지 않는다'는 기본 명제입니다."]

[사쿠라이 요시코/저널리스트 : "위안부 대모집. 월급 300엔 이상. 실제로 많은 (한국) 여성들이 신청한 것도 사실입니다."]

왜들 이러는 걸까요.

보시는 화면은 2015년 일본 극우 정치단체인 '일본회의' 집회 모습입니다.

[아베/일본 총리 : "개헌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참석한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수년 전부터 공공연히 개헌 의도를 밝혀온 아베 총리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개헌 추진은 계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헌법을 수정해서 전쟁 가능 국가로 만들겠다는 건데, 일본 내 국수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패권국가로 발돋움하겠다 이런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겁니다.

일본 우익세력이 전쟁범죄, 특히 위안부 문제와 같은 구체적인 가해의 사실을 역사에서 지워버리려 하는 것도 이 개헌 의도가 반영된 측면이 큽니다.

전쟁범죄를 철저하게 반성하는 독일과는 정반대 모습인데, 역사청산이 제대로 안됐기 때문이겠죠.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입니다.

전후 수감됐다가 미 군정의 협조로 사면됐고 이후 총리 자리까지 오릅니다.

아베 총리는 외할아버지의 정치적 뜻을 이어받겠다 이런 말을 공공연히 한 적이 있고요.

그러면 미국은 왜 그랬느냐, 구 소련과 중국, 북한으로 이어진 사회주의 진영과 치열한 체제경쟁, 냉전을 벌이게 된 미국이 동아시아 최전선인 한국과 일본에 친(親)미국 성향의 정부를 세울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고요.

결국 열강들의 체제 전쟁 속에서 청산하지 못한 역사를 이끌어온 아시아 국가들, 그 국민들이 어떤 일을 겪어왔는지 돌이켜보면 과거 청산이 얼마나 중요한가, 이 다큐를 보면서 생각하게 됩니다.

[앵커]

네, 결국 지금 우리가 일본과 겪고 있는 갈등도 이런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잘 정리하면서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진실을 하나하나 규명하고 넘어가는 일이 중요할 텐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주인공인 작품도 곧 개봉한다고요.

[기자]

네, 1992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고백해서 국제 사회에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후 27년간 역사의 진실을 위해 싸우신 분이죠.

고 김복동 할머니의 이야기 함께 보시겠습니다.

1992년 위안부문제해결을위한 아시아연대 회의 모습입니다.

[故 김복동/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그런 짓을 당하고 왔다 소리를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결혼을 시키려는데 말로 안 할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어머니한테 내가 하소연을 했어요. 그랬더니 어머니도 울고..."]

이후 필리핀, 대만, 네덜란드 등 세계 각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신고가 이어졌고 이건 반인륜적 전쟁범죄다라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하지만 앞서 보셨듯 아베 정권은 전범국가라는 역사를 지우려 하고 있죠.

[2013년 2월7일 일본 의회 : "(한국 여성들을) 강제로 연행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었다는 겁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잘못을 꾸짖을 때 누구보다 단호했습니다.

[김복동 : "증거가 살아있는데 지금 '증거가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런 망발을 해놓고는 뒷감당을 못 하니까 결국 안 나오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런 망발은 절대 하지 말라고."]

일본과 미국, 유럽 각국을 돌며 사실을 알렸고, 이는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 분쟁 지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에 국제 사회의 경각심을 지속적으로 환기시켰습니다.

하지만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일본이 위안부 문제 합의를 끝냈다, 1965년 한일 협정도 지켜야 한다, 일본은 줄곧 이 점을 들고 나옵니다.

[아베 : "현재 한일 관계를 생각할 때 최대 문제는 국가간 약속을 지키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다큐를 보면 피해자를 배제해놓고 진행한 합의는 합의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이태희/평화나비 네트워크 회원 : "이들이 서로 싸운 게 아니라 한 사람이 피해자고 한 사람이 가해자인 상황에서 이게 화해라는 말로 성립이 될 수 있는 관계인가."]

정부는 지난해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결정했지만, 일본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김복동 할머니는 끝내 일본의 사죄를 듣지 못한 채 지난 1월 영면에 들었습니다.

[앵커]

네, 우리가 역사의 진실에 다가서는 노력이 중요할텐데요 이렇게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 찾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송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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